발 이야기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랫집 중1 사내아이 손에 들린

신발 밑창의 숫자를 보다가

! 260! 속으로 되뇐다.

 

내 발 크기는 240에서 250

구둣가게에서 탐나는 이미지를 만나도

발이 작아서인가 자주 재고가 없었다.

240에서 50까지 있는 대로 주세요.

무슨 발이 그래요.

 

1 때 펄벅의 『대지』에서 전족을 읽었다.

댓돌의 신발을 정리하면서

어머니는 할머니의 큰 발 험담을 했다.

아담한 발을 가져야지

큰 발이 싫었던 나는

운동화 끈을 꽉 조이고 다녔다.

 

올 겨울에 구두를 맞추러 갔다가

내 발이 짝짝이라는 것 제대로 알았다.

여러 번 맞춤한 이미지를 맞춰 신는 동안에도

늘 한 발이 헐렁하거나 빡빡했지만

두 발을 한꺼번에 잴 생각은 안했다.

 

이번에는 번갈아 쟀다.

왼발은 245 오른발은 250

거의 대부분이 짝발이지만

 

사장님은 차이가 꽤 크네요.

이번에는 어느 발에 맞출까요.

각각 만들어 주세요.

 

처음으로 두 발이 딱 맞는 신을 신었다.

헐렁하지도 빡빡하지도 않으니

좌우 발가락들의 호흡이 편안해졌다.

좌우 걸음이 반듯해졌다.

 

 

 

 

 

가정의 완성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온전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남편과 아내를 떠나서

 

맞벌이와 홑벌이를 떠나서

거시와 미시를 떠나서

 

크고 작음도 없고

많고 적음도 없고

 

분별과 구별 없이

차별은 더더구나 없이

 

 

가정은 여럿, 결혼은

그 중 하나의 시작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함께 하면서 각자

각자 하면서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에서

온전한 가정은 완성된다.

 

 

 * 약력

남 태 식

2003년『리토피아』 등단,  시집『망상가들의 마을』외,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