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런 것들

 


 

서울에 가면

호흡이 빨라진다.

나도 모르게 끌려서

나도 모르게 떠밀려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디든 가야한다.

무엇이든 사야한다.

 

서울에 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문이란 문 닫혀서

길이란 길 늘어져서

입술들이 붉어진다.

바퀴들만 공회전한다.

마천루만 올라간다.

 

서울에 가면

나 홀로 우뚝해진다.

공원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어쩌다 술자리에서도

덩그러니 지지 않는 섬 하나

내가 단단해진다.

내가 바퀴가 되어야 한다.

 

 

횟배

 

배가 아파서

뒤척였다

과식해서 그런지

바로 누워도 불편하고

모로 누워도 불편하다

 

 

소화제를 먹었다

이젠 괜찮겠지

밤바다 잔잔해지겠지

길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갈수록 뒤틀어댄다

 

배가 풍랑을 만났는지

이리저리 흔들린다

회충이 고고를 추는지

호랑가시 용코로 백혔는지

배가 뒤집어지고 난리다

 

배가 표류한다 침몰한다

선장은 죽었는지 내뺐는지

해경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아이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뒹글고

유리창에 붙어서 애원통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던 배

하나도 아프지 않다

와이퍼 지나간 차창처럼 깨끗해졌다

 

 

최기종

1956년 전북 부안 출생,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나무 위의 여자』, 『만다라화』, 『슬픔아 놀자』외, 목포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전남민예총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