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연다

밝은 눈길이 붉게
제 몫을 즐기는 순간
구겨진 삶들이 주름을 편다
새벽을 여는 훤한 빛을 천렵한
하늘의 형상을 닮은
붉고 푸른 날이 하루를 펼친다

늘 싱그러운 자세로
갈증을 풀어 주는 밝음이
한 줄기 실루엣을 등지고
바람과 구름의 층을 열어
자연을 마블링한다

빛의  명도를 앞세운
목마른 속세의 보폭을 넓혀
훤한 발길을 멈추게 하면
새벽 날개짓하는 첫걸음이
허물을 벗어 또 하루를 연다


주산지에서

누군가 천년을 점쳐
물속으로 긴 그림자를
그려 넣었을 꺼야
그 갸륵한 풀어헤침은
신이 주신 안식처일지도 몰라

먼저와 기다리는 님이 있을 거야
그것은 푸르름을 삼킨 가랑잎이었어
풋기 털어버린 낯익은 고목이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가을 동화로 스케치하며
만끽한 풍경으로 숨 쉬는 중일 거야

물기를 털어내는 수제비가
물안개 자욱한 호수를 걸으며
가을을 빚어낸 데칼코마니로
곱게 비친 자기 모습에
물빛을 만끽하고 있어
그 모습은 우리들의 희열이었어

*주산지:국립공원 청송주왕산내에 있는    저수지

허남기:경북 영천 출생/<문장21>등단<문학광장>신인상/
경북문협 회원/영천문협 편집국장/
< 문학광장>시분과 심사위원.편집위원.
영남지부장/시에문학회 회원/시객의 뜰 문학회 기회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