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청계리
                  
                   

연두 창을 열고 오세요
당신을 위한 나루는 아득히 열려있고
충만한 침묵의 시간들이
겨울 숲을 건넌 배를 밀어 올립니다

이 캄캄하고 차가운 문 안쪽에 서서
물질들이 어떻게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는지
그 시간들이 얼마나 막막한 지 들어다 보았습니다

문이 살며시 열리고
어둠을 밀며 드는 빛살들의 입자가
물질들에 깊이 스미고
저들의 음울한 습생들이 휘발되어 버리는
하여
쳐지고 지친 침묵의 시간을 벗을 
그 어느 날을 
당신의 푸른 소매에서 봅니다







                  

늦은 눈길 건너는
바람 발자국 소리 봅니다
그 떨림의 왼쪽으로 타오르는 언덕이 있고
거기에 스며드는 그대 
목소리 붉고 따숩습니다

세상은 온통 차가운 얼음 행성
당신은 솜양지 꽃잎 흔드는 
따스한 숨소리로 다가옵니다
마른 상수리나무 숲 시린 꼭지마다
한 촉씩 불을 켜며 옵니다
오래 닫힌 문틈으로  
더 쓸어내릴 것도 없는 숲정이 
하얗게 부풀어 오르는 2월
조금 남은 겨울의 죽 그릇에 
온기를 채우며
젖은 한 쪽 어깨를 가만히 건내옵니다

사랑하는 일의 힘겨움을 아는 까닭이겠지요

눈시울 붉게 출렁이며 가는 
저녁 새들을 보고
어제는 또 울었습니다


김만수: 포항 생. 1987년<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한국작가회의 . 포항문학 회원 . 해양문학상 
          장시<송정리의 봄>
          시집<소리내기><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오래 휘어진 기억>  
                <종이눈썹><산내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