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길

-굿


 

 

보릿대 꺾어

보리피리 부우부우-

붉은 접시꽃 지나

작은 송엽국 무리 지나

온다-

보도블럭 사이

삐죽삐죽

놀란 어린 풀들

보건소 팽나무

가파른 쇠가락

쟁강쟁강 접시꽃이 예까지 따라와

온몸으로 울고

아이들 오디 먹은 검은

살구빛 살구

다시,

은행나무에 걸려

겨울 지나고 지나고

무성한 초록 부채손들에 둘러싸여

여름 맞은 빛바랜 빨간 우산

하늘과 접신하는 접시안테나 지나

아직

마늘 찧는 칼자루처럼 콩콩 뛰고 있을 처녀 무당

생각하다보면

아이들은 벌써 운동장으로 달려가

술래잡기를 하고

죽은 개구리를 만지고

급식소 뒤편 옥수수수염은 -어지고

 

 

  

 

12


 

 

오르막이 지쳐 스르르 눕는다

 

산허리가 딸려 내려간다

 

오봉산 능선

 

성근 속눈썹이 파르르, 선다

 

 

 * 부산 출생, 시집 『굿바이, 겨울』, bullae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