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제 581g 행성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왜성,

해가 진 후 잠깐 동안 볼 수 있다

작고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서

 

그대가 궁금해질 때 하나의 별빛으로 찾아 간다

170억 개 지구형 행성 중에 하나를,

글로제 581 항성계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골디락스 존은, 그대 주위에서

사랑하기에 적절한 영역이므로

오래 헤매 다니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

 

사랑의 호기심은 큰 인력으로 작용하고

우주의 내벽엔 시꺼먼 연기 자국이 자욱하다

그런데 그대를 이해할수록 닮아 가는,

뜨겁지 않고 춥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온도의 사랑

 

글리제의 회전속도가 줄지 않고 공전주기는 늘지 않아

오래 사랑을 할 수 있을 테지, 달의 뒷면처럼

나의 등짝엔 크레이터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행성이 한 방울 눈물을 위한 것이라면

내가 행성의 궤도를 도는 것은 단 하룻밤이어도 좋을

눈빛,

행성처럼 그대 주위를 돌다보면 별들까지 흔들리므로

별빛이 그대가 어디 있는지 환히 밝혀준다

눈물에 더 맑아지는 눈빛이 보인다

 

 

 

 

 

이슬이라는 시간

 

 

 

 “아주 위험하죠. 그러니까 이제 텅빈 공간에는 이래 쳐다보고 감각으로 그냥 예를 들어서 우리 광산 댕기는 사람들은 점심 먹을 시간에 이래 보면은 쥐가 있다듣지 그죠. 그러면 그 쥐를 보호하잖아요. 그러면 인제 어느 순간에 그 쥐가 막 내뺀다든지 이러면은 이슬이라는 게 옵니다”(문경 석탄박물관)

 

이슬이라는 말, 천정에 탄가루가 조금씩 떨어질 경우

막장이 무너진다는 예감 같은 것

촉촉하고 위험스러운 이 말, 시간의 덫이라 할까

 

칠레광부 한명은 목숨 건지고 숨겨둔 사랑도 거둔 건

시간의 속도를 한 순간에 맞추고,

혼란한 감각에서 찌릿찌릿한 쾌감을 얻을 줄 알았기 때문

조강지처와 정부情婦 사이에서

죽음까지 내걸어야 쾌감이 배가 되는 법

사랑도 이만큼은 되어야지

 

쉬운 사랑들도 지금껏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그러나 힘겨운 사랑은 ‘이슬’이라는 말이 혀에 닿는 순간

눈이 내린다, 호흡이 가빠온다

이 시간을 서서히 지배해 가는

꿈에 깃든 사랑은

자신의 죽음까지 익숙하게 만들고 있다

 

 

 

 

 

손창기/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