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실


뒤안 대숲이 무섭게 울었다
문풍지 밤새 버릉버릉 떨고
돌담으로 드나드는 바람
소나무 가지 내려앉는 소리에 뒤척이다가
새벽잠 든 날은 엄마 목소리 다락보다 높았다

청솟갑 쳐대는 매캐한 아궁이 불길 활활 치솟고
세숫물 데워 바가지 띄워 놓으면
튼 손등 따가워 고양이 세수를 했다
소반 위에 간장 종지 미끌어지고 문 꼬리 쩍쩍 붙지만
기름 동동 뜨는 고깃국이라도 먹는 날은
한 마장 넘는 등굣길 아랑곳 않고
북풍이 몰고 온 눈보라에도 기죽지 않았다

애면글면 아파도
고향집 삐걱거리던 마루 이끼 낀 돌담 그을린 정지문
흙 마당에 자욱이 깔리는 저녁 연기
젊은 엄마의 광목 앞치마
일곱 여덟 살 때의 겨울



농학 박사


비 개인 토요일 오후
이웃 논이 소란스럽다
삼부자 노란 줄 잡고
춤추듯 일렁인다

박사학위 받았다는 큰아들
큰 은행 다니는 작은아들
아버지는 이리저리 나락을 헤치며
약을 친다

경운기 딸딸거리는 소리와
멀리 약대를 잡은 아버지의 고함소리
압력에 약줄이 빠져 포물선 그리며
애먼 하늘만 허옇게 소독하고 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큰아들
둑 중간에 멀뚱이 줄 잡은 작은아들
논 한복판을 질러 뛰는
칠십 대 농학박사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