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거리다
                       

                        
  
등에 싹이 나려는지
밤새 가려웠다.
  
뭘 잘못 먹었다는 동네의사
  
친구야, 네 말이 맞을지 몰라도
나는 3월 말고는 달리 먹은 게 없네.
  
뿌연 안개 속 굴뚝에도
골목어귀 쓰레기 밭에도
내 마음 속 휴전선이나 
뒷면만 보는 아침 신문의 앞면에도
  
분명 초록 잎으로, 
붉은 피로, 
깨어지는 함성으로
오돌토돌 솟아나고 있는 걸, 나는
  
가려워,
간질거리고 있어.
  
  
  
  
새봄
                  
  
매화 피었단 소릴 듣고 냉동고를 열었다.
투명한 병 속에 일 년을 얼어 있던 꽃잎들
홀로 선 봄날의 아쉬움이
눈물 녹자 매화향만 새롭다.
  
이 봄엔 저녁 달빛 꽃 그늘에
함께 앉을 수 있을까.
연약한 믿음의 손으로
다시 몇 송이 새 봄을 따 얼려놓는다.
새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