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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 만 번, 칼질로 네 푸른 의지가 꺾이었다면

어찌 독한 향이 남아 있겠느냐

외롭다는 것, 고독하다는 것

속을 깨끗이 비우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허공의 집 한 채 갖기 위해서

온몸을 비우고 비워 향기로 만들어 놓고

거꾸로 써 놓은 느낌표 하나,

별빛으로 완성할 것인지

태양으로 완성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뿌리째 뽑힌 파들은

그 느낌표 하나 완성하기 위하여

그대 눈물을 훔쳐낼 뿐이다

파 때문에 울었다고 말하지 마라

파는 그대 눈물로 느낌표 하나 완성하고

이 세상 삶 즐거웠다고 말할 것이다

 

 

  

 

 

참기름 냄새를 맡으며

-1987년을 기억하며

 

  

깨알처럼 많은 사람

그 고통을

압착하여

자유라는

참 맛을

얻었다

 

 

너도

나도

한몸이 되어

고소한 맛

하나

남겼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출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2회 천료 등단, 시집으로 『고래 발자국』, 5권 시조집으로 『꽃불』외 2, 시론집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등이 있다. 1회 시조세계문학상(2011, 수상작 초승달을 보며) 15회 천상병 귀천문학상 우수상(2017, 수상작 받아쓰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원문화재단(3), 원주문화재단에서 각각 창작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