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별사

                          

 

지난 계절 퍼부어 놓았던

앙상한 말들의 뼈들만 드러났다고

 

비워낸 것들이

그냥 비워진 것들이 아니라고

벽들은 불손했고

바람은 냉혹했다고

 

등을 때리는 햇볕이 기력을 다할 무렵

비로소 꽃처럼 붉었지만

향기는 없었다고

 

습관적으로 팽창하는 무한질주도

잠들 수 없는 퍼레이드도

멈출 수 없는 징벌이었다고

 

전생과 헌생, 그리고 후생을 넘나들어도

끝내 닿지 못하는 어떤 해후였다고

 

 

  

갈대울음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서러움이란

지천명에 관절이 삐걱이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란히 서기보다 서로 부둥켜안는 것이다

 

가랑 잎사귀만 쓸어 담은 붉은 노을들이

그 가슴팍에 피멍이 들도록 슥슥 문지르겠지

서설이 펑펑 내리는 날엔

흩어진 구름조각들만 쓸어 담았다가

눅눅한 졸음처럼 펴 말려야겠지

 

푸른 울음이라도 후미진 봄날을 적실 때

깨진 담벼락이 일렬로 죽 늘어선 수도원에서

풍문처럼 빠져나오는 수녀들처럼

헤지고 상한 인고의 날들이

넘실넘실 강물처럼 흘러간다

 

참으로 캄캄한 울음

갈수만 있다면 붙들려있기보다

도무지 모를 곳이라도 건너가고 싶은 날

질주하는 바람이 앞을 턱, 가로 막는다

 

 

 

위초하: 경북 예천출생. 작가회의 회원, 한내글모임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