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剪枝)

 

 

바람이 차다 이월 바람

비탈길을 오르는 어떤 행렬처럼

감나무 잔가지들이 바람에 쿨럭이고 있다

이십 년 넘게 잎을 피워 올리고

열매를 매달았을 나무

큰 뼈대는 이루었지만

쓸데없는 잔가지는 무시로 자라난다

더 많이 피워 올리려는

허무의 언어들

햇살에 번쩍이는 전지가위로

잔가지를 추려낸다.

덤불 같은 수식어를 도려낸다

 

  

 

쓸쓸한 풀대 

 

 

소롯길 다한 

흔들리는 풀잎 위로

여린 햇볕 내려앉고 바람   지나가고

자벌레,

굽은 등으로

아득한 세월 재고 있다

 

스러지는 가을빛

마당귀에  어머니

자꾸만 떨리는 다리 구순(九旬) 버거운 

오소소 

낙엽 지는 담 밖

쓸쓸한 풀대 무너진다

 

 

유재호

상주 출생, 상주들문학회 및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시집 <붉은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