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虎患媽媽

 

칠백리 밖 역병소식에 맘 졸이다가

지척의 역병에 갇혀본다

밥벌이를 하는 건물 높이는 4층이고

한 달에 보름이상은 1층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한다

 

그저께는 구제역병 예방접종을 마무리하고

어저께는 신새벽에 암코양이 둘 수술을 하고

오늘에는 숫코양이를 했다

내일이면 울타리 병동에서 자연으로 간다

더 이상 번식을 못하는 생들이다, 이제

 

4층에 사는 건물주인이 내려온다

3층에 사는 부부의 딸이 만리나 떨어진

스페인 유학중에 열흘전 3층에 머물다

어저께 격리병동이 있는 도시로 갔다고 한다

 

젊은 날 전염병연구로 밥벌이를 했던 연유로

자발적 유폐를 결정했다

때맞추어 보건소장의 전화목소리를 듣는다

개울건너 보건소 마당에서

멀리서 듣던 역병검사를 했다

 

처지가 저 고양이 셋과 같다고 생각하다가

모처럼 느긋하게, 겨를없이 놓친

친구들이나 형님들이나 저만치 이국으로 가버렸을

, , 경 들도 떠올려본다, 호사스럽게

 

죄다 호환마마 덕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대견하다

 

근심도 역병인 모양이다

두려움조차 생존의 미덕일 것 같다

 

사월십오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축일이기도 하고 올해는 대한민국도 그럴 것 같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미쳐있는 시절인 것 같다

 

시의 첫 행이라든지 신문의 첫 제목들이

소문의 전파력과 같이 힘이 쌔다

십이척 위에 면식도 없는 신종 역병환자와

건물 위로 지척한 날들 오일 정도 되니,

그냥 첫 행이 된다

가축병원집 딸이 스페인을 다녀왔다…

건물 주인집 딸이 스페인을 다녀왔다…

송아지 설사약 처방을 받은 김씨도 걱정,

수술 실밥을 뽑으러 왔던 홍이네도,

신풍에서 소 여럿 먹이는 장씨도,

읍내 단골식당 경이네도,

점봉산 마을의 편사장댁도,

덕산 마을의 정사장댁도,

성산이 형님, 병헌이 형님도,

 

사월십오일이면 평온하리니,

아니, 당장 내일 오후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미리 평화와 고요를 다스릴지니,

 

근심을 애써 빗겨 서서

‘지구에 호모 싸피엔스가 너무 많은가’

생각하다가

시적시적 걱정을 대신하는 이웃들 보니

지금의 대한민국이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