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관

 

막상 나의 문학관을 생각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릴 때는 그냥 이것저것 읽었고 글쓰기를 마음에 둔적은 없었지만 늘 긁적인 기억이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서 내 속에 뭐가 움찍거렸다

도서관에 가고 시공부 모임에 들고 회원들과 공부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십 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귀한 모습들로만 보였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만 썼다

긁적이는 것들이 서정적인 시들이었다

그걸 시라고 생각했었다

글을 쓰기 위해 만나는 그 날이 제일 좋았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시를 쓰며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문득 큰 병마가 찾아왔다

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을 잃고 현대의술에 몸을 맡겼다

바다를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내가 달라졌다

시각이 달라졌고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숨 쉬는 방법도 공부했다

그때부터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고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그 자리를 샅샅이 살피는 일에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면서 시를 전과 다르게 쓰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냥 그림처럼 내가 본 사물의 앞부분을 묘사했다면 지금은 앞보다 뒷면 측면 또 그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물의 안 보이는 속을 더듬어보고 측면이 하는 얘길 살피게 되고 뒷면의 숨은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사물이 하고자 하는 말을 내가 대신 받아 적고 또 사물을 빌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한다

사물의 어느 것을 보아도 생로병사로 이뤄져있고 언젠가는 가게 되는 길이 정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내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는 우리 인간들이 아옹거리는 세계에 버티고 있는 우리를 쓰게 되었다

 

아무리 이 우주에서 용을 쓰고 악을 쓰고 선을 베풀고 살아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먼지 한

 톨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희망적이지 못하거나 슬프거나 가라앉거나 눅눅한 날씨같은 시들이 많다

이따금 내 시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앞으로 좀 더 쉽게 써서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그러나 내 틀이 쉽게 바뀔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더 깊은 시를 쓰고 싶다

 

 

 

 

김설희/

이메일 seal0308@hanmail.net

시집 「산이 건너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