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自序

서시 007

제1부

농민이 난을 일으키다 017

-1862년 임술농민항쟁

제2부

농민이 수령을 고을 밖으로 들어내다 085

-1891년 함창농민항쟁

제3부

농민이 읍성을 점령하다 165

-1894년 동학농민항쟁

맺음시 235

발문/ 2대가 효수 당한 상주 농민항쟁의 현대적 의미 241

임헌영(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장)

참고문헌 246



서시


세종실록지리에

낙동강의 본원이 세 곳이라 했으니

봉화현 태백산 황지요

문경현 북쪽 초점

순흥 소백산이라

세 곳의 물이 흘러

비로소 낙동강을 이루나니 그곳

상주,

상주라


조선시기 영남의 중심적 행정도시

교통의 요지 토양의 양토

전답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곳

땅이 넓어 지나가던 구름도 쉬어 가던 곳

바람도 몸을 뒤척여 너울대던 곳

상주,

상주라


벼 보리 조

감 대추 호도

누에고치 면화 대마 완초

생산 안 되는 것이 없던 고을

곡물이 넘쳐 타지로 팔려나가는 고을


-낙동강 굽이굽이 물결따라

노젓는 뱃사공아 쉬었다 가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하지만,

그 땅의 주인은 피땀 흘려 일하는

농민이 아니었다

그 곡물의 주인은, 생산한 농민이

아니었다


...

...



제1부


농민이 난을 일으키다

-1862년 임술농민항쟁


제1장


어둠이 태산처럼 내리고

검은 눈 흩날리는 밤

바람이,

차다

하얀 별빛을 받은 대숲은 저 혼자

몸을 뒤척이고


흔들흔들,

효수로 장대에 걸린 내 머리를

바라보는 아들아,

아들아


이미 두 눈은 까마귀가 파먹었지만 나는

보고 있다 바람에 실려오는

세상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

그래서 서로 팔을 두르고 덩실덩실

어깨동무하는

세상


흔들흔들,

장대에 걸린 내 머리를 바라보는

아들아

아들아


비록

귀는 잘리어 문드러졌어도 나는,

듣고 있다 바람과 함께 오는

새 세상


일하는 자 배불리 먹고

땅의 주인이 되는

세상


...

...


2부


농민이 수령을 고을 밖으로 들어내다

-1891년 함창농민항쟁


제12장


함창에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한달음에 저를 찾아오셨지요

아직도 낮에는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

그 후유증으로 어머닌

내리 나흘을 앓아누웠습니다

저를 보시고는 긴장이 풀린 탓인가

하루에도 수백 리 장사를 다니셨던

어머니께서 고작 40리에 나흘을 앓다니요

압니다 어머니, 알아요

어머니가 보신 것은 어쩌면 제가 아니라

아버지일지도 모르지요 아니

함창으로 오실 때 저를 보러 오신 게

아니라 아버지를 보러 오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함창 외가에 와

며칠동안 머물고 있었지요


어머니가 오셨을 땐 이미

농민들이 수령을 함창 밖으로

쫓아낸 후였습니다


물론, 저도 난에 참가했습니다

농투성이는 어디서나 농투성이

함창농민이 되어 난에 참가했습니다

새 세상을 간절히 바라며

난에 참가했습니다


어머니

전 거기서 수많은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 효수 당하신 지가 벌써,

29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번에

아버지를 닮은,

꿈에서 수없이 보았던

허옇게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어머니 또한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아버지를

떠올려셨겠지요

...

...


3부


농민이 읍성을 점령하다

-1894년 동학농민항쟁


제25장


아버지,


32년

전,

아버지가 효수당해 머리가

매달렸던

바로

그 곳에


머리가 장대에

높이

걸려있습니다


몸뚱이가 없는

머리는 바람에

흔들흔들,


붉게 타는 서러운 저녁노을

기러기떼 끼룩끼룩 울며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운명,

운명인가요

내 속의 누가 운명이라고

운명이라고

아버지도 운명이었다고

밤마다 찬바람이 붑니다


아버지


32년 전,

아버지가 보았듯

제 두 눈을 비록 까마귀가 파먹었지만

바람을 타고 오는

세상,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두 번의 봉기에도 불구하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과도한 세금과

수령의 탐학 아전들의 수탈

양반 지주들의 횡포는 여전했습니다


굴종의 세월

찢어지는 가슴

여전히 그들은 손에 흙 한번 안 묻히고

우리가 피땀으로 지은 곡식을

수탈,

수탈


해뜨기 전 찬이슬 맺힌 들을

맨발로 밟고

서럽도록 하얀 달그림자 밟고 집으로 오는 길

내가 가난한 것은 게으른 탓이고

못난 탓이라고

희멀건 흰죽 후루룩 마시고 드러누우면

뒤따라 들어온 저 놈의 달 왜 저리 밝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