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해, 붉은 봄 
                         


꽃놀이는 저 너머 그쪽의 봄, 너희들의 일
그날 밤 죽음의 불꽃놀이는
바람, 네가 자행한 일

옥계휴게소에 출입통제 테이프가 처졌다

붉은색 데드라인 너머 언덕배기로
살인미수에 그친 물먹은 화마(火魔)가
소나무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새카맣게 죽어 자빠져있다

가랑이 벌린 앙상한 뼈대 사이로
퍼렇게 질려 누운 바다

매캐한 허공에
몇 년 전 급작스레 간
친구 녀석 몸 태우던 화장터 냄새가 난다

죽은 것들은 하나같이
독한 미련을 풍기는지
곧 피어날 아카시아 밑동의
생식기 타는 냄새 같은 미련..

어쩌다 이곳은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가 된 건가
그 화장실에 앉아 며칠새 바짝 늙은
주름진 바다를 다린다

신에게 덤비는 좀비가 있다면
2019년 동해안의 봄,
죽은 봄 위에 봄을 심는 사람들

기울어진 생의 부하를
날마다 하나씩 차곡차곡
끌어올려 채우고 있다

기웃대던 바람을 뚫고
붉은봄 살아남은 어린 싹 하나
저쪽 푸른 바다를 향해
끙차, 짧은 팔을 뻗는다



2019.4.9  산불 5일째




꽃말론(論)
               
     

스노우드롭 - 인내
산당화 - 겸손
바이올렛 - 영원한 우정
호피나리 - 순결
라일락 - 우애

이 꽃들의 평생,
지겹지 않니?
살아생전 늘 똑같이
아름답기만 해야 할 네 운명

로벨리아 - 불신
라난큐라스 - 비난
리아트리스 - 고집장이
금어초 - 오만
주목나무 - 비애

이 꽃들의 후생,
서럽지 않니?
다시 태어나도 변함없이
비난받아야 할 네 운명

저 꽃들의 운명 점지해준 사람
최후의 꽃잎 한장 들추고
보드라운 수술, 그 속까지 파고들어
한 잠이라도 자본 건가

오만과 불신의 벼랑 끝에서
영원한 우정과 우애의 칼침을 등에 맞고
나락으로 뚝 떨어져 보지 않은 자여

마치, 내 꽃말을 손에 쥔 당신처럼




프로필

2016' 문학광장 신인상
황금찬시맥회 문학광장 정회원
지하철스크린도어 시공모전 당선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별상
한양예술대전 시화분과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