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깎으며

    

수다쟁이 말성쟁이 이쁜이 하나

식탁 위로 납치하던 날


급작스레 당한 일에 겁이 났던지

처음 손을 타

뺨을 붉히며 찡끗 흘겨 보다가


서늘한 혀 끝으로 온몸을 애무하면

찌릿찌릿 짜릿짜릿

뭐가 그리 다급한지

입꼬리에 침도 질질 흘리는데

수치도 염치도 팽게치고

팔딱이다 할딱이다

꽃무늬 속옷 마저 훌떡 벗어 버린 알몸뚱이야


S라인이면 어떻고 D라인이면 어때

오냐 오냐 그래 그래

덮쳐주마 죽여주마.




명지바람

    

달빛으로 다가오는

그림자 치마 끝에

초롱꽃이 환한 명지바람이려오


스치는 풀잎에

발등을 행구고

달뜬 마음 바람에 물들이는 명지바람이려오


너의 눈동자 노을빛에 담겄다가

살짝 흔들어


은방울로 찰랑이다

귓불을 애만지는 명지바람이려오



약력

1950년 서울 출생

2004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2004년 전국근로자문학제 은상, 2010년 열린시학 신인상, 2011년 백교문학 우수상, 2013년 지필문학 신인상, 2014년 문장21 신인상 수상

2010년 시집 3천원짜리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