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넝쿨을 바라보며


 

울타리를

부여잡고, 안아주며

쉼 없이 벋어나고 있는 호박넝쿨

집 뒤 언덕위에 무리로 선 대나무는 안아주는 데

서로에게 너무 인색해 있지 않나 싶다

밤과 낮으로, 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저 깊은 산골짜기 천인단애 위에서 손깍지 끼고서도 단 한 번도 두 손은 놓지 않다가 마침내 온 몸을 휘둘러 부둥켜 끌어안은 채 진한 향으로 온 산을 물들이고 있는 칡넝쿨이며 등넝쿨이며를 바라보며 우리는‘갈등葛藤’이라 역겹게 말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 갈등을 풀어 머언 하늘을 향하여 아침을 외쳐 노래하는

노란 호박꽃 한 송이

세상은 찬란한 아침으로 깊어진다

 

 

 

 

?


 

쓸 모 없는

구절들만 모아

그 구절들로만 이루어진

백 편 천 편의 시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곧 시

 

꼭 쓸모만큼

잎 돋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가진 거 다 버리고는

 

깊은 동안거에 들어간

겨울나무가 곧 한 편의 시다

 

 

 

< 구재기 약력 >

• 충남 서천 출생

1978[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휘어진 가지』와 시선집『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등 다수

•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석초문학상 등 수상.

• 충남문인협회장 및 충남시인협회장 역임

• 현재 40여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