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젊을 때

술독을 떠 메고 다니던 남자

서울우유와 같이 들어오고

조선일보와 함께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리 밉지는 않았다

 

, 한 번 뒷동 801호를 찾아들어

소란스런 새벽을 창으로 내려다본 일 외엔

주정을 한다든지 자신의 일을 소흘히 한 적 없었기에

 

산등성이 넘고 넘어

새벽잠이 없어진 지금

4시 반이면 눈이 떠지네

그날도 골군 짠지 무를 써는데 무딘 칼이

TV 살림 9단에서 배운대로

국사발을 엎어놓고 빠르게

벼리고 있었다

슥삭슥 삭슥삭

 

기지개를 켜면서 나오던 그 남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슬며시 방문이 닫히는 것이다

 

 

 

 

퇴고

 

 

아침 댓바람에 트럭 너댓대 들이친다

평균 나이 63세 송창골 청년회 회원들

전지가위 전기톱 앞세워 술렁술렁

 

복숭아나무 우듬지

혼신 다 해 발그레 물들이지 않았을까    

아마 단물을 품었을지도

겨우내 칼바람 마주한 보람없다

쭉쭉 뻗어 올린 가지초리 뻗나간 묵은 가지

거침없이 쳐 내려

바닥에 흥근하다

툭툭 얹힌 잔가지 마저 털어내니

 

나지막이 퍼진 밑동

어슴푸레 안갯속 혼연한 뒤태는

다산한 여인 방뎅이를 닮았다

 

저 튼실한 앉음새라니

 

 

 

이순영/경북 상주 출신. 느티나무시 동인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