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동길산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가 출간되었다.

자연 속에서 자유자재로 깨달음과 허무를 마주하는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풍경 속에서 오랫동안 삶에 대해 속삭여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에서는 ‘비어감’에 대한 시선을 드러내고 ‘애잔함’과 동시에 찾아드는 ‘평온함’까지로 나아간다.

해설을 쓴 백인덕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아의 모습에서 시인은 드디어 ‘앎’을 말한다. 해의 변화와 삶의 가지의 굴곡이 결국은‘사람을 사람에게 바짝 붙어 서도록 한다는 걸/사람과 사람을 가장 가까이한다는 걸’ 말이다.” 자연과 인간과 그 모든 풍경의 총합에서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은 결국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인 셈이다.

“살아생전 억양은 세었지만/알아듣지 못한 말 하나도 없었듯이” 이번 시집은 독자 누구에게나 가닿을 수 있는 일상적인 언어이면서도 동시에, 동길산 시인만의 억양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볼 수 없는 미지의 풍경 속에서 건져 올리는 삶의 실체가 그리 나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는 희망을 근거로, 꽃이 지는 슬픔을 우리는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동길산

저자 : 동길산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뻐꾸기 트럭』 등 시집 다섯 권과 『우두커니』 등 산문집 다섯 권을 냈다. 1992년 경남 고성 산골로 이사해 지금은 산골과 도시를 오가며 지낸다.
E-mail: dgs1116@hanmail.net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연(自然) 13 사람의 하루 14 비인간 15 낙법 16 나는 왜 18 새는 19 감나무 요가 20 어느 꽃도 어느 잎도 22 꽃잎의 막 23 새는 왜 우는가 24 하세월 26 창백한 꽃잎 27 날갯짓 28 강물 벚꽃 30 노을 31 텃밭에서 32 홍시 34

제2부
꽃 진 자리 37 잎인지 꽃인지 38 울컥한 날 39 그늘 40 꽃 몸살 42 비 43 매화 44 나무뿌리 계단 46 내 속 47 속세 48 임도 49 한밤 50 압화 52 금목서 53 여백 54 빗방울 꽃망울 56 잘린 나무 57 윤슬 58

제3부
면벽 61 저놈의 귀뚜라미! 62 넘어진 나무 63 빈집 64 남향집 66 빈틈 67 큰재 벚나무 68 저수지 71 갈천저수지 72 눈사람 74 빗방울 75 언 저수지 76 비 오는 밤 77 잡냄새 78 훈수 80 보름달 81 등대 82 지구는 둥글까 84

제4부
낙동강 87 지독한 통증 88 우물 89 총소리 90 밑창 92 우리는 하나 93 삼팔선 94 산 그림자 95 동해물 96 길천등대 98 돌꽃 99 통영 바다 100 곧거나 굽은 102 풍경 소리 103 등 104 송창식 105 편법 106

해설 내밀(內密)과 외화(外華) 사이에서 107
백인덕(시인)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보이는 새만큼
보이지 않는 새도 많을 텐데
나는 왜 보이는 새만 보는 걸까
멀리서 보면 소멸하기 직전의 아득한 이곳
잎 다 떨군 가지 붙들고
새는 숨넘어갈 듯 오열해대는데
―「나는 왜」 부분

새벽에 새는 운다
어둠과 밝음
그 경계에서 새는 운다
얼마나 울어대는지
우는 소리에 콕콕콕 쪼여
경계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달랑거린다
나뭇가지 또는 새 둥지
사람이 보는 것보다
더 높은 데서 보고
사람이 보는 것보다
더 멀리 보는 새
새 우는 소리가
어쩌다 한번
아주 어쩌다 한번
참고 참다 어쩌다 한번 우는 사람에게 스민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둠과 밝음
그 경계인 사람에게 스민다
―「새는 왜 우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