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실제 사회가 감옥과 같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존재한다 (보드리야르)


호수2  
정지용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신(神)’이 되어 있는 ‘허경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산골짜기에 대궐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중심에는 ‘하늘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손이 몸을 쓰다듬기만 해도 불치병도 낫는단다. 사람들이 한 줄로 쭉 늘어서서 그를 찬양하며 각자의 지병을 치료 받고 있다.  

그에게 속았다며 항의하는 목소리는 그의 지지자들의 환호 소리에 묻혀 버리는 듯하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지금의 헌법을 없애버리고 다시 제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를 없애고, 헌법 제1조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매월 150만 원의 국민 배당금을 지급한다’로 바꿀 거란다.  

그는 누굴까? 그가 무척 낯설게 보인다. 그리고 이 세상이. ‘대국민 사기극’을 눈앞에서 보는 게 어찌 자연스러울까?  

하지만 그는 이 시대의 ‘거울’이 아닐까? 이 세상의 어떤 사건도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은 없다. 그가 아무리 낯설어도 그는 바로 우리다. 낯설다는 건 우리가 어떤 생각의 그물에 갇혀 ‘어떤 진실’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도르노는 ‘낯섦을 표현하는 게 예술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그의 낯섦을 드러내 그를 우리 사고의 그물 안으로 끌어들여보자.  

그를 ‘재벌의 아이콘’ ‘소망의 아이콘’으로 보면 어떨까? 결국 그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 아닐까?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가끔 질문해 본다. ‘재벌 회장과 대통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게 좋아요?’ 당연하다는 듯 사람들은 일제히 합창을 한다. ‘재벌 회장이요!’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이 이리도 힘든 건 대통령보다 힘이 더 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비호를 받는 세력들을 대통령이 어떻게 청산할 수 있나?

온갖 사기가 판을 치는 춘추전국시대. 한 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비결을 물었다. 맹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왕께서 잘하시면 됩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당연히 맑은 법이다. 아무리 아랫물을 맑게 하려해도 윗물이 흐린 한 모든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우리 사회 개혁의 중심엔 결국 재벌이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재벌’을 누가 개혁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외국에 갔을 때 재벌의 로고를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그러면서 덧붙혀 말한다. ‘재벌이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고 우리를 잘 살게 한 게 사실 아니냐?’고.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국가는 도대체 무엇일까? 힘든 국민을 빼 놓은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재벌에 취직하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아이를 낳고 전 사회가 정성을 들여 기른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재벌에 취직하여 그 돈을 다 받아 낼 수 있을까? 또 높은 연봉으로 받은 돈은 결국 재벌이 만든 집, 물건을 사는 데 쓴다.

재벌은 선진국이면 범죄 행위가 되는 것들을 얼마나 당연한 듯 저지르는가? 그런데도 누구에게도 제재를 할 힘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재벌에 대해 별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리가 너무 크면 들리지 않는 이치인 듯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매월 150만 원의 국민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허경영의 헌법 제1조는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소망의 한 표현이 아닐까?

곧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우리가 힘을 합쳐 ‘기본소득제’를 받아들이는 정치인만 지지한다면 ‘허경영’을 통해 드러난 우리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사람들은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건 재벌을 위시한 모든 국민이 ‘선진국’에 걸맞은 세금을 낼 각오를 한다면 어렵지 않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정지용 시인은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을 본다.

‘오리 모가지는/호수를 감는다.//오리 모가지는/자꼬 간지러워.’

오리와 호수와 바라보는 시인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삼라만상은 사실은 하나로 어우러진다. 단지 우리의 눈이 갈가리 찢어놓을 뿐이다.    

허경영을 비난하는 건 우리 자신을 비난하는 것일 것이다. 그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줘 우리는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 우리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한 폭의 풍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