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낙동강/문인수-4

낙동강 둔치에서/박규해-5

낙동강/곽도경-6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권영해-7

병산 습지/공광규-8

내성천/권석창-9

낙동강 하구에서/구자운-10

대구행 버스/권형하-11

낙동강/깅경자-12

다시, 강/김다송-13

낙동강 천삼백리/최기종-14

낙동강 소문/임명선-15

지례촌 일박(芝禮村 一泊)/남효선-16

낙동강에는 강이 없다/안지숙-17

  낙동강/송은영-18

겨울 강/차진환-19

바람넝쿨장미-- 낙동강3/정숙-20

짜장국물로 그린 그림/강태규-21

부용대/서병진-22

생명의 시원, 낙동강/김연복-23

낙동강/구봉완-26

낙동강2/김희수-27

겐지스 혹은 낙오강/권오윤-28

먹튀거나 깡통이거나/남태식-29

삼강에서 보내는 편지/윤임수-31

강가에서/박정구-32

박곡동/김은령-33

낙동강/엄재국-35

낙동강/장원달-36

보고서/육봉수-37

낙동강(11)/박찬선-38

추억/김수화-39

낙동강 깔고 앉은 상풍교/김숙자-40

낙동강 2010/임술랑-41

천년 물고기가 사는 강 / 권순자-42

겨울, 낙동강에서/정선호-43 

낙동강/조재학-44

낙동강/권숙월-45

내 맘의 강물/박은숙-46

낙동 갈겨니/최순섭-47

낙동강/민병덕-48

강/김재수-49

낙동강/서하-50

登擎天臺 등경천대/박희용-51

낙동강/이상훈-52

강 위에 앉다/이창한-54

낙동강/이해리-56 

강가에 앉아 혼자 울지 않으리/박상봉-57

비단공장폐업 /박승민-58

강버들 이야기/김주애-59

   









낙동강

문  인  수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물 위를 길게 달려갑니다.

물을 끌며,

비스듬히 일으키며 날아오릅니다.

가물가물 멀어지며 떠나갑니다.

6.25전쟁 격전지,

이 강을 길게 세워 이제

먼 길 내는 것이지요.

새파랗게, 몰래 지는

닭의장풀꽃

원혼 하나가 지금 막,

간신히, 마저 죽습니다.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쉬!’ ‘홰치는 산’ 등 7권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받았다.

낙동강 둔치에서


時調  松香 朴 圭 海



안동의 하회마을

류 성룡의 정기타고


예천의 회룡포는

용이 날아 승천하고


상주에

정기룡 장군

연마 터는 경천대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물이 수 천 년이라


세월을 잊은 듯이

끊임없이 흐르고


푸른 물

아직도 푸르니

먼 훗날도 흐르리라










경북 상주시 복룡동 288-7

        대신 아파트 301호

휴대 011-9382-3375

이메일 pkh430@hanmail.net

낙동강 


곽도경


7남매를 낳아

둘을 잃고 다섯을 키웠다네요


술주정 잦은 남편에게 내쫓겨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오남매를 보듬어 안고

오들오들

떨고 지낸 날도 있었다네요


이렇게 키워 낸

아들 딸

찾아갈 때마다

주름 진 얼굴 가득

하회탈이 되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던 당신


가슴을 파내는 굴삭기와

살점을 퍼 나르는 덤프차 소리만

요란한 그 곳에서

이제 어쩌시려고요.

재두루미도 천둥오리도

억새도 갈대도 없는 그 곳에서

당신 혼자 어찌 사시려고요


이 무자비한 성형수술 끝나고 나면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지 못 할텐데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을지 모르는데

어쩌면 좋아요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019-535-3830

  대구 남구 봉덕동 617-2 이화빌리지301호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권영해             



흐르는 것은 아무도 막지 못 하리


그리움은

산으로부터 나와

애틋한 장편의 강을 엮어내고

강폭은 점점 넓어져

무심히 아파오는 기억의 끝자락마다

사람들은 물길 따라 발길을 만들며

가슴에 뜨거운 맥박을 키우네


잃어버린 길이 어디 있으랴

간절한 것은 물 위에서 저절로 길이 되고

흐르는 길 따라 삶은 쉼 없이 이어지나니

길을 떠나면 강은 흐르지 않네

강변을 서성이다가

길을 지우며 흐르는 안개도

바람이 시간을 거슬러 역류하는 저녁에

다시

강 끝에서 길을 만나네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네





         




휴대폰 번호  010-2317-8167

주소 울산광역시 북구 양정동 500-33번지 양정 힐스테이트 115-2002

이메일 주소     albatrossun@hanmail.net

병산 습지


공광규


달뿌리풀이 물별 뜬 강물을 향해

뿌리줄기로 열심히 기어가는 습지입니다

모래 위에 수달이 꼬리를 끌고 가면서

발자국을 꽃잎처럼 찍어 놓았네요

화선지에 매화를 친 수묵화 한 폭입니다

햇살이 정성껏 그림을 말리고 있는데

검은제비꼬리나비가 꽃나무 가지인 줄 알고 앉았다가는

실망했는지 이내 날아갑니다

가끔 소나기가 갯버들 잎을 밟고 와서는

모래 화선지를 말끔하게 깔아놓겠지요

그러면 수달네 식구들이 꼬리를 끌고 나와서

발자국 매화꽃잎을 다시 찍어놓을 것입니다

그런 밤에는 달도 빙긋이 웃겠지요

아마 달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날은

보나마나 수달네 개구쟁이 아이들이

발자국 매화꽃잎 위에 똥을 싸 놓고서는

그걸 매화향이라고 우길 때일 것입니다

















내성천


-권석창


울고 싶은 날 해질 무렵 무섬마을에 간다

낙동강 상류 내성천이 감돌아 흘러

섬처럼 생긴 마을, 무섬마을에 간다


지훈이 처가에 왔다가

녹색 저고리 다홍치마 색시와

별리하던 모래밭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소월의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 있고

만해가 저녁노을로 쓴 시가 걸려 있고

신경림의 갈대가 울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나서

느닷없이 낙동강에 삽질을 하는 이가 있다

내성천 유장한 모래밭을 지워버리고

그 강의 유장함을 지워버리고

누군가 노을의 시를 지우고 있다


울고 싶은 날, 갈대와 함께 울고 싶은 날

울어야 할 곳이 지워지고 있다

살아야 할 날이 아직은 남아 있는데

울어야 할 날이 아직은 남아 있는데

울고 싶은 날 울 곳이 지워지고 있다

또한 먼 훗날 그 누군가 이 강마을에 와서

울고 갈 사람 있을 터인데 

그가 울어야 할 곳이 지워지고 있다


주) 무섬마을은 내성천이 감도는 고가가 즐비한 전통마을이다. 시인 조지훈의 처가가 있는 마을이며, ‘별리’라는 시의 배경이 내성천이다. 해 질 무렵 무섬에 가면 노을이 아름답다. 만해는 ‘알 수 없어요’에서 노을을 ‘누구의 시입니까?’라고 노래했다.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는 소월의 ‘초혼’의 이미지도 느낄 수 있다. 영주 댐 공사로 그 내성천도 고운 모래밭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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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북작가회의 회장

010-4761-0587 kweon51@chol.com

낙동강 하구에서


구자운



봄이 돌아와

꽃은 피고

나비가 너울너울 춤추는데

주름살은 점점 늘어나고

청춘은 안 돌아오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손가


삼각주 끝자락의

낙동강 하구에 있는

에덴공원에 놀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일을 다 보고 난 다음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답답한 마음을

저 바람에 실어 보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청운의 꿈을

펼쳐 봄이

어떠할까










휴대폰 : 011-9763-2561

주  소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입석리 165-1 무삼산방

이메일 : koojaoon@hanmail.net

대구 행 버스


 권형하


어릴 적 낙동강 나룻배를 탔었지요.

대구 행 버스까지 함께 실렸었지요.


강물이 깊어

빨래 줄로 늘어지던 세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꽃피던

기다림을 지금도 줍고 싶네요.


털털거리던 낡은 버스를

목을 빼고 바라보던

길가의 코스모스 소녀는

어디로 갔나요.


다리가 높다랗게 놓여

은빛 은어 떼도 다 건너간 자리

오래된 정원에서 내 유년을 키웠던

그 많은 미루나무들은

어디로 갔나요.


그리움이 물비늘로 자라지 못해

허공으로 먼 길 떠나는

철새 행렬을 바라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대구 행 버스처럼.









낙동강



김경자



끝없는 정진은 저토록 푸르른가


끝없는 사무침은 저토록 고요한가


그늘을 초록으로 비추는 영원한 저 깨침


아픔을 참음으로 세상을 가라앉히고


상처입은 가슴들을 조즈넉이 타이르니


다틈을 사라지게 하는 저 득음(得音)을 새깁니다

















경북 상주시 남성동 84-68

월간 문학 및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부문)당선.

<서원이 보이는 강>외 4권

다시, 강

 김다솜



해와 달, 구름과 함께 흘러갔지

바람이며 새소리와 함께 흘러갔지


강물이 넘칠듯하다가 가라앉기도 했고

넘쳐서 수라장이 된 논밭집도 있었지


내가 몸살 앓고 다시 태어나듯이

그대도 다시 태어나느라 몸살 앓고 있지


지진 난 것처럼 집 잃은

짐승도 새들도 물고기도 많을 거야


다시 가는 그대의 길을 걷고 싶다

바람소리 새소리와 함께 달리고 싶다












*본명: 김옥순

*경북 상주시 낙양동 171-1 녹원빌라 A동 302호

*010-3824-0065

*altari1222@hanmail.net

낙동강 천삼백리



 최기종



하늘님이 붓 잡아

황지*에서 내려 쓴 글

일필휘지

낙동강 천삼백리

도도한 역사

회룡포에서 봉화, 안동, 풍산, 현풍으로

남지, 수산, 삼랑진, 구포, 을숙도로 이어지는 생명줄을

인간이 막는다.

입에서 식도, 위, 작은창자, 큰창자, 항문으로 이어지는 똥줄을

인간이 스스로 막는다.




* 낙동강 발원지로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에 있음.














 전화 010-2969-1540 주소 : 전남 목포시 옥암동 한라비발디아파트 108동 801호 이메일 jogi-choi@hanmail.net

낙동강 소문


임명선



겨울이면 철새가 떼를 지어 한겨울 따듯이 보낸다는

인심 좋다 소문난 낙동강 어딘가로 둘도 없는 친구가

훌쩍 떠났다는 소문

피붙이 하나 없는 곳 거기 가서 어찌 살라고

어찌 그리 무심이 떠났는가

지금 잠시 힘들다 고향 떠나면 고향은 어찌하고

듣는 소문으로는 오리가 숭-숭- 갈대 사이를

거침없이 오간다는 소문

풋풋한 대구의 정 먹이 삼아 타관오리도 왕따하지 않고

함께 노닌다는 소문을 들었네만

나도 막차타고 친구 따라 갈란다

낙동강 오리알 무더기로 천진 무궁한 생명의 싹을

활-짝 틔우는 그곳으로 나도 갈란다

철새가 둥글게 원을 그리고 함께 모아졌다 산-산-이 흩어지는

평화와 질서가 있다는 낙동강으로 나도 따라 갈란다

철새들이 해묵은 속마음 털어놓고 도란거린다는 낙동강

경상도 아가씨가 그리도 좋다고

그래 나 한 세상 함께 할 아가씨도 만나고

친구 따라 정 따라 고운님 찾아 갈란다











H.P : 017-609-0579

주소 : 광주 광역시 남구 진월동 삼익세라믹A302-1504호 

이메일 : limchunmong@hanmail.net

지례촌 일박(芝禮村 一泊)

                                         남효선

팔십 리 산중마을 기척도 없는

산길을 걸어 지례마을에 들어 왔습니다

온 물상들 제 분수처럼 속살 여미고 또아리를 틀고 앉아

새벽이면 이슬 받고 하루 내내 햇볕 속

무럭무럭 마을을 키우는 넉넉한 마을인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조선의 선비마을 바람막고 맑은 물 찾아

가솔 거느리고 뿌리내린

새벽이면 강을 따라 안개 피 올라

이렇듯 미동도 없이 살아가는 마을인 것 같습니다

누 백 년 살아도 강물 한 번 넘치지 않을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천수를 다해 병들어 죽거나 젊어서 세상 버리는 일없이

그저 하늘대로 살았습니다

동구 앞 지촌할배가 세웠다는 골맥이 성황당은

사시사철 푸른 잎사귀 반짝거리며

넉넉한 가슴으로 마을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온갖 귀신을 거느리며 떡 하니 서 있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자손들이 불어

제각기 넉넉한 가슴과 힘 센 팔뚝으로

지례마을은 봄날이면 복사꽃 날리고

아이들은 샛강을 뒤져 고기를 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어귀 성황당은 시름시름 잎사귀를 떨구고

조상처럼 떠받들던 산이 허물어지고

수 백 년 가꾼 논밭이 헐값에 팔렸습니다.

마침내 조상님 들의 봉분마저 파헤쳐지고

상스런 기운이 골짝 골짝을 뒤덮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마침내 팔십 리 산중마을 지례마을은

조상님 들의 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름마저도

물 속에 쓸어 넣었습니다.

팔십 리 산중마을 옛 지도를 더듬어

물 밑 가라앉은 지례마을 이마 위에는

상스런 안개 스멀거리고

기어코 바깥세상 떠나지 못한 늙은 두 촌로

우두망실 마을을 뒤덮은

인공 댐에 갇혔습니다.

낙동강에는 강이 없다


    안지숙



낙동강 길 가운데서도 소문난

개비리길을 가도 가도 아무것도 없다

새도 없고

새울음도 없고

쉴만한 푸른 갈대숲도 없고

갯버들도 없고

강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불도저 육중한 진동에 황톳물 피처럼 토해내는 통증말고는















브랜드스토리 집필작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간동 105-2 출판문화회관 2층

Tel: 02-738-1237

Fax: 02-720-1488

Mobile: 010-5525-1801

E-mail: annumi@hanmail.net

낙동강 


   송은영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낙동강 칠백리 

대책없는 무덤을 팝니다 


궁극적으로 흐르는 모래밭과 여울은

황포돛대 떠다니던 그 물살을 잊은 채 

거대한 인공수로에 갇혔습니다


기억의 원근법에 휘둘린 낙동강 

청둥오리 부부와 도요새 부부의

정념도 두물머리 습지에 가득합니다


미친 삽질에

무지렁이 붉은 낙조가 

오롯이 드리워지는 동안














경북 포항 출생 .2007'시와 상상'으로 등단 

손전화:010-5029-7901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세계4리 새로미 아파트 나동 101호 우편번호:790-906

이메일:jayou7453@daum.net

겨울 강



 차진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듯

오늘도 묵묵히 굽이쳐 휘돌다 돌아간다

여름날 마구 넘치던 물결의 부드러움도

구름 가슴도 다 건너간 매운 하늘 아래

핏기 없는 억새로 가슴이 타고 있다.



갑자기 부는 모래바람에 휩싸여

낮은 구름마저 산너머로 불려나가고

어디에도 깃들 수 없는

언 가슴 같은 하늘 아래

허연 배를 드러낸다.



한 무더기 서 있는 산자락 밑 참나무처럼

언 강물도 배고픈 저녁이면

마른 흙먼지 불 붙여

활활 타오르는 어둠 속에는

저 별들이 따스한 밥이다.






  - 文學世界 등단

   -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 The Western Photographers U.S.A 作家

○ 휴대폰 : 010-4856-3034

○ 주  소 : 상주시 성동동 백합맨션 101동 301호

○ e-mail :  cha3033@korea.kr

바람넝쿨장미


정 숙


--낙동강 3


아흔 여섯 해, 근 한 세기를 순응하다 흔들리며 분노하며 용서하며

살아온 강물  오늘도 삐그덕 삐그덕 자신의 낡은 풍차를 돌리고 있다


'너거 아부지는 마실에 숨어있고 혼자 아아들 셋 데리고 고 외딴 과수원에서 자는 한 밤중 총칼 든 빨갱이들이 우루루 몰려와 총구 들이밀며 돈을 요구했지 빨갱이는 아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운 동네 아는 사람이었어 나중엔 총구 내리며 돈을 요구했지 얼마 전 홍수에 떠내려간 세간 살 돈인데 이것 뿐이라며그 당시 큰 돈이었는데 오백원 내 놓으니 모두 고맙다며 돌아가더군


그 이튿날 옆집에 그들이 나타났을 때 주인이 엉덩이 밑에 돈 깔고 앉아 주지 않았더니 불을 질러버렸지 하는 수 없이 과수원을 버리고 마실로 이사했는데 그 집 지킴이 구렁이들이 따라 들어온 걸 삽으로  대가리 몽창 몽창 다 잘라 불에 태워버리더니 그 집이 폭삭 망해버리더라 난 나중 경찰한테 당당하게 말했어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내 자식이 죽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후유! 까딱 잘못하면 빨갱이 도왔다고 총살 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운이 좋았지 좋았어'


한 깊은 강물의 피맺힌 한숨을 오지랖 넓은 오월 바람이 넝쿨장미 가지마다 붉게 피빛으로 토해 놓는다
















짜장국물로 그린 그림



강태규



국물이 먹물처럼 보이는 날이다


남은 짜장국물을 숟갈로 긁다가

너울너울 산굽이가 보이더니

골골이 멧돼지 몇 내려오고

여남은 밥알을 사근사근 긁다가

아슬아슬 다랭이논이 거뭇머뭇하더니

밥투정하는 아이도 희끗희끗 보이고


뱃길 만든다고 휘적인 강변에는

밭이 사라진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만한

당근이나, 파나, 감자가 없다

짜장 그릇만 깨끗해졌다


그것도 낙동강 물길 공사 덕이려니, 했다













부용대 


가산(嘉山)/서 병 진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 한 굽이

깎아지른 기암절벽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하얀 뭉게구름

내밀한 사연을 띄우고 노 저으며

노래하는 부용대


정상에 올라 굽어보면

한 눈에 안기는

물도리동 하회마을


하얀 모래밭

발자국 하나하나

역사의 씨앗

넉넉한 유교의 문향(聞香)

안동 하회마을.


※주 : o물도리동은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 흐른다하여 하회(河回),

           혹은 물도리동이라고 함.


 


 

휴대폰 번호 : 010-3861-6622

 주소 : 100-827 서울시 중구 신당3동 349-226 번지

                          현대로얄빌라 103호

 이메일 주소 : abajin@hanmail.net

I am the Nak Dong


Yuhn-Bok Kim


I flow and you drink me and I work

in you to bring new strength to your

body, new inspiration to your soul;

but when I am dirty you vomit;

when I am poisoned you die.


My friend, the Rhine, flows from

the Alps' snow caps; but my mother

is the Pacific Ocean and

every drop of water in me remembers

it came from her through

the work of the tropic sun.


My friend, the Nile, helped her people

build the pyramids on the desert land;

my neighbor, the Hwang-ho, and her

people built the Great Wall; and still

I do not envy them

because I have done my share--


I helped my people build a kingdom

that lasted a millenium, enjoying

the finest creations of the spirit

leaving behind the most beautiful

stone statue on earth, so lively

and real as if breathing;


and recently a boy nurtured by me

made his people rise up to work

and work again, changing the ashes of war

into a miracle of gold. I could not cry when

he died and still people remember him as

the one that brought forth bread for them.


I sing and you hear me

and I gladly dance in you;

Oh, rise up, my people, and bear testimony

to my work in you again with the torch

of a new golden age in the east.


생명의 시원, 낙동강


김 연복


흐르는 나, 나를 그대가 마실 때 나는

그대 안에서 일하리라

그대 육체에 새로운 활력을,

그대 영혼에 새로운 영감을,

하지만 내가 오물이면 그대 토하고

내가 독물이면 그대 목숨 잃으리라.


내 친구 라인강은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리지만

나의 근원, 나의 진짜 어머니는

저 태평양이란 것을

내 안의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거기서 왔음을 기억하노니

뜨거운 저 열대 태양의 힘으로


내 친구 나일강은 그의 사람들에게

사막 위에 피라밑을 세우게 했고

내 이웃 황하강은 그의 사람들에게

만리장성을 쌓게 하였지, 하지만

내가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나 또한 당당히 내 몫을 하였기에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이 땅에

천년 사직의 왕국을 건설케 하였고

예술과 정신문화의 극치를 맛보게 하였지

하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 조상 하나는 아직도 남아

살아 숨 쉬는 듯 하여라


그리고 최근에는

나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 하나가 있어

그의 사람들을 일으켜 일하고 일하게 하여

끝내는 전쟁의 잿더미를 황금의 기적으로

바꾸어 놓았지. 그가 죽었을 때 나는

울 수가 없었지,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그들에게 빵을 갖다 준 자로 기억하고 있지.


노래하는 나, 내 노래 그대 들을 때

그대 안에서 기꺼이 춤을 추리라.

오, 다시 일어나라 나의 사람들이여, 일어나

이 땅에 새 황금시대의 횃불을 들라

하여 그대 속 나의 역사를  다시 증언하라






















낙동강


-남지철교 지나며-


  구  봉  완


빛의 바닥을 닦던 강물과

빛의 지느러미를 닮은 물고기들의

끝없이 이어지던 길, 고요하고 행복한 깊이

숨결이 뚝뚝 흘리는 잠길 수 없는 부재

퍼 낸 자리, 사라진 어제의

우멍한 울음 싣고 운반하는 트럭들

환한 등골이 짐승 같다

앞발로 꾹 찍어 누르고 물어뜯던 입가에 흐르는

피 범벅의, 누군가의 결핍이 두리번거리는 앞에

파먹다 툭 던져 놓은 고깃덩이처럼

한 삽 채워주는 오늘, 오늘이 내일의 바닥을 긁어내는

추하고 부끄러워 덜컥 풍경을 닫고 우는 소리 움켜쥐고

강물에 떠도는 그림자들

유채꽃 피어 화사한 유채꽃 흔들며 마을 깊숙이 스며오던

젖줄 같던 강에 누워 입을 벌린 채 떠내려간

길을,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걷고 있다

반짝임도 은모래 밟아보는 쓸쓸함도 옛날이 되어

등이 굽은 철교는 무겁고 힘겹게 흐느끼고

내달리는 마음을 지그시 비켜가는 강

강은 남지를 지나 종잡을 수 없는 눈물 깊어진다

마을도 사라지는 노을 속으로 홀연히

나귀가 지나고 강아지 울음이 다시 건너오고

야단법석의 단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는

꼬리처럼 여울물 소리 귀동냥으로 적시며

슬픔을 누르고 기다리는 강물을 보며



*성명: 구 봉 완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주소;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267 강동고등학교

*휴대폰: 011-9047-9397

*이메일: kuwi@chol.net

낙동강-2


김희수



낙강 제일경 경천대에 올라서면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이 많은 까닭은

긴 세월 황지에서

남해까지 수 많은 외침과 내전

강가의 옥토와 사람과 사람 흐르는

인심까지 속속들이 스미어 흘렀음이오


더러는 보기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보았지마는

흐르는 물길 속에 스미어버렸으니

그 또한 다행스러움이오

물빛 기슭 화달리 충의사엔

임란 칠년 전쟁 가장 어려운 때

이 강 나라를 지켜낸

정기룔 장군의 나라 사랑 백성 사랑


싸움에 나아가 이기는 법 백전백승

실전의 성웅 간절한 바램

거기도 멈추지 않고 강물이 바라보이는

기슭에 누워


수많은 강물의 노래

우리의 문화로 살아

지금도 해마다 이어지는 낙강시제

굽이치는 강물보다 멀리

긴 역사 알려주는 도남 서원

우리들의 징검다리 흘러가는 강 강물



54년생 월간 <순수문학> 등단, 상주숲문학회 회원

010-9312-0472

상주시 내서면 낙서리184-1

겐지즈 혹은 낙동강

                                   권오윤

야이야, 내 죽거든

흙은 흙으로

불은 불로

바람은 바람으로 다 돌려주고

한세상 잘 빌려 썼노라 인사 잊지 말거레이


그라고 재 한줌은 남겨 앞거랑에 뿌려도게이

반변천 동동

낙동강 동동

남해바다 동동

물은 물따라 흐르게

다리이가 말려도 몰래몰래 뿌리데이.


두메 아이 태는 앞산에 묻고

내앞 마실 아이 태는 강에 부쳤으니

떠나보낸 내 탯줄, 그 어디쯤 앞서 가니

혼이 가고 백이 가게 동동 뿌려다게이.


뿌릴 때는 맑은 눈으로 단디 보거레이

내가 간 길 또 네가 따라올 길, 길 잃지 않게

뿌리고 떠내려가는 길, 잘 보거레이.

온 데로 가고 가는 데로 오도록

너도 가고 네 새끼들도 고이고이 동동 떠내려가게,

그 물길 잘 보거레이.


그 강물 마시고 그 강물고기 먹고

그 강물에 내 몸 흘려보내며 살다가

남은 빈손도 탈탈 털어서 재조차 남은 거 없다고

보여드리고

그동안 참 고마웠다고 대신 전해도고


고맙데이

나중에 바다건너 서천서역 거기서 만나재이.


oyoon@hanmail.net 010-2583-1180 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 우방1차 103동203호

먹튀거나 깡통이거나


남 태 식


착각


이 강을 훔치는 자들은

2%다 3%다 5%다


먹튀다


착각하지 마시라

소문 못 내는 잔치라서

고물은 안 떨어진다


나머지는 다

깡통이다


보든지 댐이든지


이포보 여주보 감천보 금남보 금강보 부여보 승촌보 죽산보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


이 물막이는

보냐 댐이냐


보든지 댐이든지


다 먹튀다


누군가 보시기에는


먹튀들의 싹쓸이에도

모르쇠하는 뒷짐에게

강변의 모래들이 외친다


깡통이라 아름다운가


이 강과

오래된 미래의

누군가 보시기에는


깡통도 다

먹튀다



 

























 010-5701-5100

  791-754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366 우방타운 103-1408

  tsnbd@hanmail.net

삼강에서 보내는 편지



윤임수



어찌 거기까지 갔느냐고 묻지 말아다오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노라고 말하지도 않으리니

그저,

팔다리 늘어진 늙은 회화나무 그늘에서

삼강주막 주전자 막걸리 들이켜고

슬며시 경계 허물어진 마음으로

이쪽 가녀린 물이 저쪽 낯선 물줄기를 만나서

잠시 소란거리다가 곧 아무 일도 아니라고

도란도란 칠백리 낙동강으로 어우러지는

참으로 넉넉한 품새나 담아 보내니

그저,

고개나 끄덕끄덕 끄덕여다오

굳이 무슨 말 따위는 하지 않으리니,
















* 010-2044-7699

* 대전시 중구 문화동 141 한밭우성아파트 111동 905호

* yunis007@hanmail.net

강가에서

                    


박 정 구


모래 알 만큼

숱한 날이

지나갔겠지


강물이 넘실대며 흘러가는

그 동안


바람은

가지를 흔들며 몰려 들고


하늘은

노을을 담아 속삭이고


온갖 시름을 삼키면서 살아온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처럼

세월을 수 놓으며


오늘도 흐른다

강물은.


 

   







    H․P : 011-812-5963

       경상북도 상주시 냉림동 222-8(냉림1길 43-4)

       E-mail : pjg17474@naver.com

*박곡동




 김은령

  


살아가는 일, 조금만 더 느슨해지면

박곡동에 갈 것이다 


버드나무숲이 보이는 강 언덕에

이제는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

오래 다투며, 미워하며, 정이든 지아비와

햇빛이 반짝 반사되는 은빛 비닐돗자리를 깔고 앉아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챙겨온 김치쪼가리와

또 한 두 가지쯤 입맛이 도는 찬거리를 펼쳐 놓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내 고향 이야기를 할 것이다

박처럼 뽀오얀 궁둥이를 둥둥 띄우며

까르르까르르, 강가에서 멱 감고 놀던 내 어린 날과

동네 오라버니들 헤엄쳐 땅콩서리 가던

강 건너 위천 마을 드넓은 모래밭 이야기.

부끄러움을 알 만큼 철이 들었을 땐

해그름 물비늘이 반짝이는 강둑에 서면

괜시리 괜시리 눈물이 나던 이야기와

훌쩍하게 키가 컸던 첫사랑 그 머슴애와

두근거리며 어설프게 강둑을 걸었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무엇보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들의

물이었던, 길이었던, 생명이었던 낙동강!

고향마을 앞을 흐르는 그 강 이야기를 할 것이다.

김칫국물이 묻은 지아비의 입언저리를 닦아 주면서

바로 여기, 저 아래로 흐르는 이 강!

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순하고 순한 강이 젖을 물리고 키워 온

마을이며, 들이며, 사람들에 대해서, 생명들에 대해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말해 줄 것이다.

박곡동, 내 고향아!

머잖아 산천을 도륙 낼 광풍이 불어 닥칠 거라,

소문 흉흉하지만, 두려워 마라

여기 눈 맑고 가슴 따뜻한 이들 있어

온몸으로 온몸으로 그 바람 막아 낼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강의 젖을 먹고 자라는 마을,

마을의 아이들, 유장한 강의 노래를 듣게 할 것이며

더러, 삶의 진로를 따라 널 떠나기도 하겠지만

그 아이들 자라 나처럼 늙어 갈 때, 늙수레한 제 반쪽의 손을 잡고

물비늘이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그 강이 지나온 역사, 사람의 역사를 이야기 하게 하겠다.


* 경북 고령군 소재, 낙동강에 근접해 있는 마을





















경북 고령 출생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통조림> 

낙동강 


엄재국


저 강에 허리 한 번 휘둘렸으면,


어느 질긴 끈이 저 강만 하랴

우리에겐 두름 처럼 허리 엮인 짐승의 역사가 있어


풀어 놓고

풀어 놓고


강의 허리춤에

헤진 정신 짚신처럼 동여매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

오랜 여행 끝에

보자기 펼쳐놓는 들판이 있어


타는 혓바닥 붉은 눈동자에 몇포기 모를 내고

하늘 몇 삽 퍼다 가슴속 던져 넣던

지난한 세월이 있어


오래 걸어온 길이 튼튼한 다리가 되듯

우리는 또 그렇게 걸어야 한다

강의 깊이로 걸어왔듯

저 강이 굽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듯


처음 몇 걸음의 결심으로

제 가슴에 비수꽂는 폭포의 정신으로

푸른 강의 허리를 휘두르며

자갈과 모래가 흐른다








낙동강 



장원달




설악산이 있는 강원도

태백산맥 중턱에서 샘솟던 시원한 낙동강이여

천삼백리의 낙동강물이여

예부터 영남 감영 상주에 오던 길

칠백리 길고 긴 낙동강이여

과거 보러 가던 문경새재 길도

속리산 법주사 문장대 철 사닥다리도


동해로 남해로 신나게 흘러가는 강물줄기여

지금은 우리나라 4대강 정비사업으로

더욱 위대한 우리의 꿈을 키워주는 낙동강이여

소년시대도 황혼 길에서도

장관을 이루는 낙동강이여

나의 젊은 날의 꿈도 키워주고

나의 마지막도 흘러보낼 살아있는 강이여

항상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고

우리의 고장인 낙동강이여


이 땅위에 영원히 살아있으라

우리의 꿈을 찬란히 빛나게 해다오

싱싱하게 흘러내리는 낙동강 줄기여   










보고서



육봉수



한 쪽에서는 살리는 길이다 다른

한 쪽에서는 죽이는 길이다 깜냥에

두고 볼 일 일 뿐이고

근근이 물려 받은 낙동강변 배추밭

팔십 여섯 평 이년 동안 절대

배추 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평당

만 천 칠백 구십원 가량 일시불로

받아 챙긴 날은 참 고깃점 뻑뻑한

보신탕 그릇 앞 게트림 끄윽끅 황송

하기도 했습니다만


송아지나 썰어 멕이던 허접이 무 두개

이천 팔백원 배추 한포기 삼천 오백원

가랑가랑 뿌리만 붙은 대파 스무줄거리 사천

육백원 보탠 대목장 본 날 저녁엔

아버님 죄송만 스럽습니다 더부룩한 아랫배

남 몰래 쓸어 내리는 낙동강변 무지랭이

한 두어명 계시다는 보고서 올립니다













낙동강(11)



박찬선     



오은선이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날 

나는 낙강으로 내려갔다.

연두 빛 잎들이 피는 봄에는 

강물 빛도 연두 빛이다.

지난 날 강변시인교실을 열며 

밤을 새웠던 모래사장에는 

붉고 푸른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낙강시제를 연 도남서원 앞 하중도에는 

한국형녹색뉴딜사업 낙동강살리기프로젝트 

고딕체의 큰 글씨가 눈을 붙든다.

그곳에 껑충껑충 뛰어놀던 

고라니가 보이지 않는다.

34공구 종점R 깃발이 몸살을 하는

그 아래로 물막이 철제빔이 세워지고

콘크리트 기둥이 우뚝 솟았다. 

옛 싸움터의 굳건한 성처럼 보였다. 

봄철 강을 거슬러 오르는 

부징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래위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다리 긴 흰목물떼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래 실은 덤프트럭이 줄지어 다니고 

배꽃 하얗게 핀 강변 마을은 

잠자듯 조용하기만 하다.  









추억


김수화


나 떠나온 고향은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흐르고

아버지 품속 같은 너른 들판과

살구꽃 보다 순한 사람들이 살던 곳


강가엔 나룻배가 어이어

뜻 모를 노래 부르며 오가고

망초꽃 흐드러지게 핀 강둑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지


마을을 감싸 안은

뻐꾹새 울음에 저 혼자 깊어가는 뒷산

도토리 껍질 주워 모아

소꿉놀이 하며 놀던

키 큰 상수리나무는

지금도 날 기억하고 있을지


시간의 주름 깊게 간직한 채

강물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기억의 풍경 속으로

갇히고 있다








주소 : 경북 김천시 부곡동 1035-21번지

전화 : 010-3131-4911

이메일 : sohie4280@hanmail.net

200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햇살에 갇히다’ 가 있다.

낙동강 깔고 앉은 상풍교



 김숙자



 상풍교가 낙동강을 깔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 위로 자가용 화물차, 경운기가 지나간다.

억새털이 지나간다. 노을이 지나가고 낮달이 지나간다.

그는 말이 없다. 춥다거나 덥다거나 외롭다고 하지 않는다.


장똘뱅이 어머니, 아버지,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 퇴강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무 말이 없다. 


그는   말이 없다.






















낙동강 2010



임술랑



二空一空년 낙동강은 我田引水로 흘렀다

깨밭으로도 흘렀고

도꼬마리 풀 밑둥치로도 흘렀다

나는 桑黃버섯 부스러기를

낙동강 물로 닳이며 생각했다

이 맑은 물 한 잔이면

얼씨구 절씨구 춤추며

千年萬年을 살텐데.

진실은 언제나 몇 개 덤으로 얹혀 있어서

우리들은 힘들고

江은 신음했다





















천년 물고기가 사는 강


권순자


너는 기억하고 있구나

안개 자욱한 새벽

조용히 노래 부르기도 하는 너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구나

모든 모욕과 모든 성쇠가

작아지고 작아져 자갈처럼 작아져

물속으로 고요히 가라앉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면서

흐르고 흘러

모래톱이 된다는 것을


네 입술이 노래하는 것을 새들이 듣고

네 입술이 흘러 보낸 물길에

천년 물고기가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을


나무들이 수천 번의 잎을 달았다 떨구고

꽃들이 수만 번의 꽃잎을 피웠다 잃는 동안

붉은 열매로 제 나이테를 대대손손 이어가는

붉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작아지고 작아져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약해지고 약해져야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낮고 낮은 심장이여


네 무릎은 낮아서 쉽게 젖어들고

네 귀는 밝아서 낮게 흐르는 소리도 듣는구나


너는 참으로 울음을 아나니

모든 목젖이 네 가슴을 향해 열려 있구나


010-6201-4792

주소: 158-837 서울시 양천구 신월2동 475 서울가든아파트 1동 803호

이메일 skjm70@empas.com 

겨울, 낙동강에서

- 4대강 공사 현장에서 -

                                         정선호

황지천에서 발원해 실핏줄같이 휘돌아

생명들에게 물을 대주며 흐르고 있었지

하늘과 교신해 볍씨 같은 눈 부르고

강 하구의 매화 꽃봉오리 키우고 있었지

시린 가슴 여미며 날아 온 철새들에게

세간 살이 풀어 놓을 집을 지어 주었고

전쟁의 상처도 어루만지며 숲을 키웠지


세월은 여전히 언 강물 속으로 흐르지만

지금 낙동강은 위선자들의 삽 끝에

심장 도려내는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들은 강가의 습지를 메워 생명들의

삶터 낱낱이 흩트리고 있다

대대로 강과 더불어 살아 온 사람들의

일터 없애고 도시로 내몰고 있다


애절함이 깊어지면 강이 될까


공사가 끝나가는 강은 소리 없이 울고

강가에 살던 사람들 짐을 싸고 있지만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있다

위선자들 삽으로 모래를 건져 올렸지만

강은 생명에의 간절함에 마음속으로

거대한 강을 하나 더 만들었던 거다


마음속 강엔 공사에 죽은 생명들 되살아나

어깨동무하며 바다를 향해 흐르고

모반을 꿈꾸며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렇게 몇 번의 엄동설한 반드시 견뎌내면

위선자들은 삽질했던 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낙동강엔 평화의 노래 울려 퍼질 것이다


: 충남 서천 출생, 창원대 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시와상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내 몸속의 지구』가 있음

낙동강



조 재 학



‘웃어라 동해야’ 드라마에서

그의 옛 여인이 낳은 아들 동해가

아내가 낳은 법적 아들 도진에게 맞고 있다

코피가 나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얼굴이 온통 피칠갑이다


동해는 시퍼런 멍의 힘으로 출렁인다

모든 강은 바다로 간다


016-342-5461

경북 상주시 냉림동 178-11번지

jaek5621@hanmail.net



















낙동강


 

권숙월



그의 품은 막힌 데 없이 넓다

골짝 물 골목 물 가리지 않고

맑은 물 좋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웃는 날 있으면 우는 날도 있는 법

눈앞이 캄캄할 때는 흙탕물 뒤집어쓰고

보채는 물 찾아오면 얼른 잠재운다

그의 품이 편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가까운 데서 온 물도 먼 데서 온 물도

스스럼없이 한 몸 되어       

누워서 흐르는 꿈 이루게 한다

가슴을 파헤쳐도 입 한 번 열지 않고

목마른 생명 없도록 젖만 먹인다

















휴대폰 번호: 011-818-6344

주소: 경북 김천시 감문면 태촌리 792번지

이메일: siinsw@hanmail.net

내 맘의 강물 


 박은숙


금오산,천생산,비봉산,명산아래

저 낙동강 변으로 날아 앉는

수천수만 철새가 있었다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먹이는 바지런한 손은

봄 빛살 간질리며 씨앗을 놓고

천년을 강물과 함께 동고동락한 전설이

모래알로 쌓여 반짝 빛났던 어제


그리고 오늘,


산도 아니요,납골당도 아니요,공동묘지도 아닌 곳에

봉긋 봉긋 솟은 모래무덤,그 수가 수천수만 개더라

휘몰아치는 겨울 폭풍에 깎기고 날리는 것들

그 무덤 앞에서 탄저병에 걸린 잎새 이어라


한번도 낙동강 칠 백리 맨발로 걸어 본적 없는

그 위인은 속울음도 울지 못하여라

누더기 옷을 걸친 산하를 못 보는 눈 뜬 장님이라

이제는 저 하늘 우러러 통곡 할  염치도 없는 위인은


낙동강 칠 백리, 먼 길을

맨발로 걸어가야 하리

그리고 우리가 부를 노래,생명의 노래

하늘이시여  들으소서! 피를 토하며 부를 노래


강물은 흘러야 한다고

흐르면서 생명을 노래해야 한다고

너와 내가 한목소리로 부를 노래


eunsook0106@hanmail.net

구미   010--3916--7277

낙동 갈겨니*


       

최 순 섭


듬성한 머리칼에 허리가 휜 그녀는

앉을 수 없어 유리 병실

한가운데 서서 밥을 먹고 있다.

아이 다섯 낳고 고희 가까이

자갈밭 수심 얕은 담수에서 숨 쉬다 보니

허리디스크에 긴 링거 줄이 너풀거린다.

이제야 겨우 새우잠을 청하는 당신

골수에 스미는 불빛이 따스하다.

당신은 말했지 눈뜨면 날마다 부활이라고

병동에 비친 햇살은 얼마 남지 않은 산소 알갱이

산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손을 꼭 잡았네.

조약돌 침상 곁에 나란히 서서

떠 밀려오는 상심傷心 하얀 물살 가른다.


*갈겨니 : 잉엇과의 민물고기. 몸의 길이는 10cm 정도이고 피라미와 비슷하나 비늘이 작고 눈이 크며, 몸 중앙에 분명하지 않은 어두운 세로띠가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강과 하천에 분포한다.


 












충남 대전 출생. 2008년 <작가연대>로 작품활동, 창작21작가회, 고양작가회, 열린시조학회 회원

주소   : 우:122-040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 아파트 5동 205호

         (H.011-664-9327) mail: css03@naver.com

낙동강 


민병덕


산이라 치면

낙동강은 태백산맥이다

강원도에서 굽이~ 굽이~

몸으로 몸을 밀며 가는 길은 아득해도

남쪽을 향해 낮음을 따름이 길의 희망임을

깨친 강은

몸도 마음도 더 맑아져라 더 너그러워져라

찾는 것들에 베풀어주며

들어오는 것들은 품어 주고 한 몸 되어 주며

산마을~ 들마을 지나~ 다시 산마을로~

출렁 출렁 진양조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꽃 안 피고 화창한 날엔

슬쩍 하늘을 당겨 번개같이 깊이 안고

나 몰라라 세상 몰라라 자진모리로 흔들어 쌓다

이따금 환히 보듯 잔잔히 쉬기도 하며

산 사이 따라 둑길 따라 꿈인 듯 흘렀어라

풀 향기 솔바람만은 늘 챙기며 날리며…  

















강(江)

 


김재수


흐르는 물도 가끔

거슬러 오르고 싶다

무작정 아래로 흐르며

가슴을 넓히고

더 많이 더 크게 품는 일도 좋지만

언젠가는 모두

바다로 돌려주어야 할 일들

가끔은 거슬러 올라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여린 빗방울 모아 가슴 채우고

아주 작은 새들과의 속삭임

눈망울 깨끗한 물고기들의 눈 맞춤

작아도 넉넉해 노래 부르던 곳

달빛 환한 날은

물고기들이 물을 거슬러

하늘에 오르는 꿈을 꾸는 것처럼

강도

무거운 가슴 내려놓고

움질움질 물살을 일구며

거슬러 오르고 있다.













낙동강


서하


낮은 데로 흐르는 게 잘 사는 게야

모로 엎드려도 들리는 물소리

출렁출렁 푸르다

비바람 스쳐간 곳마다

막걸리빛 개망초꽃 모락모락 핀다

날 밝는 게 부끄러워

밤마다 가슴에 돌을 안고 잠들었다는 것을

노을 비끼는 흰 구름은 알까

여러 날 술 들이부은 마음을 알까

기슭에 몰려왔다가 파르르 맨몸을 떠는

물이랑 몰래, 강은

밤마다 개망초꽃 어깨에 올라와서

지느러미를 털고 있다


















휴대폰: 010-2643-8108

주소:대구시 달서구 도원동1444번지 미리샘 202/1905

메일주소:seoha729@hanmail.net

登擎天臺           등경천대



      兩白山人    朴喜鎔




尙州晩秋登擎天         상주만추등경천     

상주 땅 늦가을 경천대 오르니


一望風景不如舊         일망풍경불여구             

바라보는 풍경 예와 달라라


昔日仙女羅白綿         석일선녀라백면              

옛날엔 선녀가 흰 무명 펼치니


春鷺秋鴻自往來         춘로추홍자왕래              

봄 백로 가을 기러기 저절로 오갔는데


今日鐵鼴傷母心         금일철언상모심             

오늘은 쇠 두더지 어미 마음  상하니


情物散飛砂場虛         정물산비사장허           

정든 생물들 산산이 흩어지고 백사장 비었구나


悠流洛江本無怨         유류낙강본무원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본래 원망이 없고


穿孔江佛低吟哭         천공강불저음곡          

폭약 구멍 뚫린 강 부처님의 낮은 곡소리








낙동강


 이상훈


아부지가 지름을,

그때는 석유를 기양 지름이라고 했대여

한 짐 지고 니리가민서 동네 앞에서

불이 왔다고 소리를 질러대만

양재기를 들고 나오고 빙을 들고 나와서 지름을 받아가는데

희안한 거는 나오는 발짜꾸를 따라 실핏줄매로 물질이 열리고

열리는 물질에는 잉어 같은 눔들이 펄떡거맀대여 

아부지 지름에 불을 붙이만

곱게 피는 꽃매로 팔랑거리다가 운젠지도 모루게

들불매로 번지는 물질

아, 시상보다 너른 물질 앞에 고만 고개를 숙이만 

늘 까칠하기 서 있던 아부지 시염매로

바람이 불어도 씨러지지 않는 꼿꼿함우로

강바람 겨울을 이기내던 갈대가

물질 여불때기에 서서 막 손을 흔들었대여

올라오는 질에는 소곰 한 가마이를 사서 짊어지고

가는 데마다 소리를 질러서

짜군 소곰이 왔다고

안 썩는 소곰이 왔다고 하만

구름매로 몰리와서는

저 마이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그 눔들 발짜꾸를 따라서

또 물질이 열리는 걸 봤대여

가끔 아부지

황량하기 흐르는 시월로 누워 뒤척거리는 날,

사랑방을 찾아드는 발질 소리 벅적대만

물이 온다고,

시방 물질이 몰리온다고 밴기면서

맨날 이얘기가 질어져여

이얘기 끄트머리에 운제나 아부지는

아부지가 물질을 맨글었대여

아부지가 냄긴 고 시커먼 발짜꾸들을 따라오던 물질을

사람들이 고래 부르는거래여

낙동강이라고


아버지가 기름을,

그때는 석유를 그냥 기름이라고 했대요

한 짐 지고 내려가면서 동네 앞에서

불이 왔다고 소리를 질러대면

양재기를 들고 나오고 병을 들고 나와서 기름을 받아가는데

희한한 것은 나오는 발자국을 따라 실핏줄처럼 물길이 열리고

열리는 물길에는 잉어 같은 놈들이 펄떡거렸대요 

아버지 기름에 불을 붙이면

곱게 피는 꽃처럼 팔랑거리다가 언젠지도 모르게

들불처럼 번지는 물길

아, 세상보다 너른 물길 앞에 그만 고개를 숙이면 

늘 까칠하게 서 있던 아버지 수염처럼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꼿꼿함으로

강바람 겨울을 이겨내던 갈대가

물길 옆에 서서 막 손을 흔들었대요

올라오는 길에는 소금 한 가마니를 사서 짊어지고

가는 데마다 소리를 질러서

짠 소금이 왔다고

안 썩는 소금이 왔다고 하면

구름처럼 몰려와서는

저 많이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그 놈들 발자국을 따라서

또 물길이 열리는 걸 봤대요

가끔 아버지

황량하게 흐르는 세월로 누워 뒤척이는 날,

사랑방을 찾아드는 발길 소리 북적이면

물이 온다고,

지금 물길이 몰려온다고 반기면서

늘 이야기가 길어져요

이야기 끄트머리에 언제나 아버지는

아버지가 물길을 만들었대요

아버지가 남긴 그 시커먼 발자국들을 따라오던 물길을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그래요

낙동강이라고




강위에 앉다


                                  

홍소  이 창 한


얼어붙은 강아래

세월처럼

빠르게도 느리게도

또 멈추어 서 있는것 같이

물은 침묵하며 흐른다

바람은 언강위로 쫓기듯 미끄러지고

휘몰아 눈가루 날리며

슬픈 소리로 쉬어가기도 하는데


강물위에 목마른 바람과

강아래 눌려 흐르는 물이

시린등을 맛대고

시간이 허락하는 호흡으로

하나씩 강둑에 눈금을 만들고 있다


엎드려 언 강물위에 귀를 대본다

물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꾸릉꾸릉 신음소리로 흐르고

얼음위에 부는 바람도

한기를 참느라 웅웅거리며 날린다


멀리 동네가 보이는 모퉁이

눈 위를 걷는 노인네의 기침소리에

언 강은 갈라지는 신음을

쩡! 쩡! 들판에 토해내고 있다


잠시

멈추는 강에 앉아

시린 물로 목을 추긴다

오랜 고뇌가 강물 따라

씻겨 내려가고 있다


앉은자리에서

나는

강과 하늘이

하나 되는 것을 보고 있다

























경북 상주시 개운동 605-12

          054)535-4411, 010-5535-4411

        시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2009)

        영강 지상백일장 시부문 당선  (2010)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시 당선 (2010)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수필 당선 (2011. 2)

     

상주문협회원

E-mail : saman01@hanmail.net

낙동강


 이 해 리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품고 살았다

가슴이 늘 축축 했다

찬물에 이마 닦은 물풀의 얼굴로 기슭에 서보면

이유 없이 속이 아파 속을 꺼내 씻고 싶다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갓 난 동생을 없고 싸르륵싸르륵 걸어가던 어머니

영문도 모르고 따르던 어린 강변 길

들깨밭을 스쳐온 바람과 햇볕의 눈부심이 이상하게도 슬펐다

징용에서 돌아온 할아버지와 눈썹뼈 깊이 戰傷한 아버지를

내력으로 둔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시커먼 폐수에 몸 담고 살았던 기억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구비 구비 기쁨보다  슬픔 휘돌아쳤지만

슬픔도 잘 저어가면 맑은 피안에 닿으리라 이제는

찰랑대는 물 위에 빈 나룻배 하나 띄워 놓는다

반쯤 물에 잠긴 나룻배 안에 뜬 벚꽃잎, 들여다 보면

거기 어리는 얼굴 하나, 그 얼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어주기 위해 흘렀던 강이었음을 안다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품고 살았다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어주기 위해 흘렀다

가슴이 늘 축축 했다










휴대전화:10-2437-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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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앉아 혼자 울지 않으리


 

박 상  봉



아무도 없는 강가에 홀로 앉아 밤을 지새운 적 있는가

어둠 저편에 누군가 마냥 그리워 눈물 흘려본 적 있는가


함께 나누었던 말들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귀를 적실 때

가슴 한 곳이 쓸쓸해지는 비애를 느껴본 적 있는가


차가운 방죽에 앉아 여명이 밝도록 술잔과 입맞추었던 그날 밤

그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가


나이 들면 추억에 기대어 산다는데

문지방 흔드는 바람 소리에 쉽게 덧나는 상처

얼마나 더 눈물 흘려야 저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얼어붙은 땅에 씨앗 하나 심어 놓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

아직도 한겨울 눈발 속인데

앙마른 가슴에 불 지르는 그대는 누구인가


깊은 상처 감추며 살아온 숭고한 세월을

여름날 햇살 속으로 불러내어

이상한 무지갯빛 그려내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마지막 입맞춤 그리워지는 밤 다시 돌아와도

다시는 강가에 앉아 혼자 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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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공장 폐업



박승민


 


하지(夏至)를 넘긴 내성천노을이 뒷산 솔숲으로 막 숨넘어가기 전 강물위로 붉은 천연비단을 줄줄이 뽑아내고 있는데


 놀란 쇠백로부부가 입을 쩌억 벌리고 물비단 끝자락을 보고 있는데 따라 가도 따라 가도 끝이 없는 사이 입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 은어(銀魚) 한 마리가 재빠르게 비단치마폭으로 숨는데


 이런 장엄들이 가장 흔한 일상이지만 풍경은 돈이 아니어서 곧 기십 억짜리 댐에 갇혀 명년 연말로 이 공장은 문을 닫게 된다






















강버들 이야기

  -낙동강-



김주애



 강섶에 자라던 강버들

 쉼 없이 조잘대는 물소리에

 강으로 강으로 몸을 숙였지

 암만 들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산들산들 몸을 흔들며

 강이 되었지


 오늘 그 강을 보았다. 발가벗겨진 채 흐르지 않는 강. 차마 눈도 뜨지 않는 강버들이 한 잎 두 잎 입을 닫고 마치 죽은 듯이 서 있을 뿐이었다.






















낙동강   *   권   천   학


흔들지 마라

안동 땅 어느 골짜기에서 발걸음을 떼고

철교 아래를 거쳐서

모래턱도 만들고 구불구불 새끼도 치면서

크고 작은 목숨들을 거느리며

먼 길

자연스럽게 돌아 돌아서 자연으로 흘러가는 길

막지마라


깨우지 마라

잠자는 듯 누워서도 모두 기억하는 피어린 역사

그 역사를 잊지 않고,

그 땅 위에 새로 솟아 땀방울로 어룽진 잔잔한

잔잔하나 도도한 역사를,

역사에 밴 피와 땀을

넝출한 물줄기로 씻어가며


어깨 죽지에 깃들어 논과 밭 그리고 들을 가꾸고

그 들을 적시는 강물에 기대어 삶을 경작하는

땀 젖은 노동의 노래

강줄기마다 피어나는 들꽃의 노래로

화답해주며 자는 노곤한 잠

깨우지 마라


풀들을 키워내고

풀잎 같은 목숨으로 씨알도 거두는 이들의

한숨도 어루만져 주는

위대한 잠을 깨우지 마라


<2011년 5월 1일 토론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