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1

 

-외출

 

강찬모

 

배불리 밥을 먹고 평소보다

조금 더 성실한 주인의 눈빛을 전송받으며 우리는

집을 나와 그렇게 오래된 집을 나와 햇빛 사이를 걷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태양과 햇살을 몽둥이처럼,

전기 고문처럼 받으며 어디론가 간다

岐路마저 차단된 행운 없는 이 길

오직 한 길

구름다리

아, 이곳이 인간이 인간을 줄 세웠던

아우슈비츠의 淸明이구나

마지막 변신이 가능한 수습의 공장이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불리 먹고

처음으로 햇빛 쏘인 날

선홍 환부가 꽃으로 꽃으로 도장꽃으로 번지던 날

우리는 어디론가 간다

꿈과 행복을 가득 안고

 

 

뱃살論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1-

 

김덕근

 

이제 황홀한

내 몸은 흔들리지 않는다

꽉 조여 오는

이 탱글함의 무장해제

봄눈 슬 듯 숨바꼭질하는

묵은 허리춤의 낯선 속살들

바지를 올려 입지 말라는

아내의 지청구에

내 중년의 이불 값을

포근하게 재끼지만

거울을 지나 시침 떼며

다시 허탕이다 전쟁이다

 

 

행렬

 

김성규

 

언덕을 돌아도 마을은 나타나지 않았다

버스에 앉은 사람들은 말없이 실내등 불빛을 받으며

서로의 얼굴에 놀라 창밖을 보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진흙의 일부분을 씻어내듯

어둠에 묻힌 길을 천천히 찾아냈다

물건을 가랑이 사이에 낀 노인들,

손잡이에 매달려 졸고 있는 소녀들,

운전사는 화를 내며 허공에 욕을 하고

좋은 곳으로 갈 거야,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구,

진흙처럼 어둠이 흘러내리는 창밖을 보며

아무리 가도 버스는 전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소곤거리다 들키면 어떻해,

버스가 지나간 길은 빠르게 어둠으로 채워지고

몰려오는 졸음에 뒤를 돌아 볼 수 없을 때

운전사가 욕을 하며 누군가에게 내리라고 하였고

아무 불만 없이 그가 길 위에 내려졌을 때

버스가 멈춰서고 다시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우리를 이 버스에 태웠을까

허기진 위속에 밥알 하나가 들어가 더 큰 허기를 불러오듯

버스가 굽이를 돌아갈 때마다

버스 앞에는 더 거대한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사실

 

 

 

어쩌자고

저 여인들

내 몸 여기저기로 날아드나

봄 볕 따스하여

양지쪽 꽃다지 구경 나온 나를 향해

 

사실

꽃다지 향기를 맡으려

땅에 엎드린 것뿐인데

촉촉한 흙의 바람을 맡은 것뿐인데

 

온몸 속으로 퍼져 들어오는 흙의 향기

그 향기를 맡았나보다

내 몸 여기저기로 날아드는 저 여인들

윙 윙 윙 윙

이러다 바람나겠네

귓가를 맴도는 향기들

 

소리에도 향기가 배여 나온다는 사실

향기에도 소리가 있다는 사실

사실, 난

바람의 영역에 침범한

향기였고, 소리였다는 사실

 

 

어머니의 변신 

 

김은숙

 

오십대까지의 어머니는

봄 햇살 머금은 목련이셨다

나무연꽃 환한 꽃등으로 피어나

마음햇살 퍼지게 하시던 어머니

말없는 눈빛만으로도

마음자리 가만히 보듬어주셨다.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나무의 몸을 벗으셨다

스스로 꽃등되어 집안 환히 밝히느라

좌심방 우심실 심장 저 끝방까지 고단하고 먹먹하여

손끝 실핏줄까지 저릿저릿 어지러우셨는지

현기증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어느새 진흙밭 연못으로 들어가셨다

환한 봄빛 뒤 꽃그늘은 더욱 깊고

꽃등 환할수록 흙빛 몸은 서늘한지

그새 하염없이 막막한 뿌리는

진흙 바닥 눈물까지 남김없이 품어 안아

더 깊은 연꽃이 되셨다

세상의 빛과 어둠, 눈물과 한숨 품어 안아

아늑한 꽃으로 피우는 어머니

나는 지금

어머니의 몸으로

걸어들어 가는 중이다

 

 

봄의 진혼제 

 

김종혁

 

입춘지절에도 삭지 않는 바람 아래로

스스로 문을 닫고 얼어버린 땅을

판다

숨이 끊어지지도 못한 채로

무서운 삽의 끝에서 검은 구덩이로 처박히는

가여운 생명들

맑은 두 눈에 피고름이 흐르고

아무리 소리쳐도

어느 누구의 힘을 빌려서도 살아날 수 없다

암흑의 시대에 걸친 절규의 시간들

얼지도 못하는 모진 순간, 순간

이젠 정말 멈추고 싶다

피고름은 동토의 산하를 적시리라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지 말고

구천 대천을 돌고 돌아 사람의 피로 다시 태어나라

얼마나 더 무지하고

얼마나 더 잔혹해질 수 있는지

사람의 탈을 쓰고

직접 살아나 보거라

행여 하늘의 도움으로

봄꽃으로 피려거든

조금 더 숨죽이고 기다려

2011년이 그저 옛일이 되는 다음, 다음 세대쯤에

사람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맘껏 피려무나.

 

 

워, 워, 워 

 

김철순

 

어떤 약속도 없이

벚꽃이 피네

어떤 명분도 없이 저 꽃짐승

마구마구 달려오네

저 벚나무,

멍텅구리 구름을 마구마구 잡아당겨서

몸에 두르네

저 꽃짐승 함부로 달려 와서는

이제부터 봄이라고 우기네

향기도 없는 것이 그래도 꽃이라고

봄볕을 마구마구 잡아당기네

나를 잡아당기네

겨우내 구겨진 내 마음을 펴보겠다고 애쓰고 있네

꽃 아닌 것 없는 이 봄날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이 봄날

저렇게 마구 달려드는 꽃짐승들에게

워, 워, 워,

말해본다

그 옛날 아버지가 밭갈 때

발 빠른 소에게 했던 말처럼

 

 

인심 

 

김치영

 

춘천역에 내려 팔봉산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젊은 기사는 옆 거울만 무심히 쳐다볼 뿐 미동도 않는다. 잠시 후 할머니 한 분이 큰 보따리를 지고 올라탔다. 늦어서 어짠데요? 빨랑 저쪽에 가 앉으세요. 뭐 한 두 번 늦었깐요!

버스는 시골길로 접어들더니 어느 한적한 마을에 정차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내려서나 했더니 한 발을 차에 걸치고, 역시 한 발을 걸치고 올라타려는 노인과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긴요한 생의 대화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기사는 참을 만큼 참았는지 아, 버스가 무슨 자가용인줄 아세요, 후딱 내리세요! 아따, 고놈의 자식, 성깔 급하기는.

버스는 다시 시골길을 달리고 큰 보따리 할머니는 창가에 기대 연신 꾸벅이고, 얼마쯤 달렸을까, 갑자기 잠을 깬 할머니 차를 텅텅 치더니, 뭐여? 나 내릴 때 지나쳤구먼. 기사는 급히 차를 세우는데, 아, 할머니 정류장이 저 앞이에요. 뭐여? 매번 저 뒤에서 내렸는데 무슨 흰소리를 하는 거여. 빨랑 차 뒤로 빼라고. 아, 할머니 버스는 빠꾸 안돼요! 그럼, 이 큰 보따리 저쪽까지 들어다 줄 거여? 기사는 어쩔 수 없는지 찬찬히 버스를 뒤로 빼는데 뒷좌석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 유리창을 탕탕 치면서 오라이, 오라이를 경쾌하게 외친다. 할머니가 시간을 질질 끌고 내려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팔봉산 가는 길에 인심 먼저 제대로 배웠다.

 

 

아버지와 꽃밭

 

김혜경

 

소질 없는 돈벌이를 피하여 일찌감치 아랫목 동굴 속으로 들어간 아버지가

눈발 치는 겨울이면 어둠보다 먼저 일어나 길을 쓸었다

아버지의 겨울은 멀리 빙원을 가로질러 타박타박 오고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조함 같았다

 

매화바람이 당도해야 굴 밖으로 나온 아버지

바람같이 몇 차례 꽃시장을 다녀오고

담 밑의 흙을 깨워 오랜 기다림의 살점을 옮겨 심었다

그 의식은 다정하고 조심스러웠다

 

겨우내 앙상 지던 사내가 꽃밭에서 일어나

연두 빛 허리를 펴고 비로소 하늘과 눈을  맞추는 것을 보며

우리 가족은 먼 발치서 봄을 살았다

 

꽃밭은 쳐녀같이 자랐다

꽃잎의 문이 열리고 색색의 향내들이 쏟아져 나와

여름 내내 긴 머리채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낮밤 없는 그들만의 성채에서 아버지는 한해를 다 했다

 

동굴이 사라진 그해에도 눈은 푹푹 내렸으나

우리는 아무도 길을 쓸지 않았다

꽃밭은 곧 아버지를 따라갔다

 

아버지는 꽃밭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돼지들

 

류정환

 

혹독한 겨울이 지나갔다.

반도를 휩쓴 역병의 광풍 속에서

갈팡질팡 언 땅을 열어 구덩이를 파고

집채 같은 소들의 주검과

포클레인 삽날로 돼지들을 산 채로 밀어 넣던,

아, 귀를 찢는 비명도 함께 마구 끌어 묻던

미친 겨울은 슬그머니 물러갔다.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시며

컴컴한 목구멍 너머로 꾸역꾸역 고기를 밀어 넣으며

우리는 그 패륜(悖倫)을 구경했다.

굳은 땅도 미처 다 받아주지 못하는 죽음의 행렬을

못 본 척 침묵하는 동안 봄이 되었다.

지난겨울 살육의 추억은 꽃향기처럼 아련하고

흙으로 덮고 애써 잊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핏물 삼키는 대지의 신음을 듣지 못했다. 우리는

훌쩍 뛰어버린 고기값이 야속할 뿐.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자본에 사육되는 일생,

기름진 돼지의 삶이 몹시도 자랑스러워

흙이 썩고 물이 썩고 몸이 함께 썩어가도

우리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죽음의 색 

 

 

박병희

 

크리스마스트리 주목을

3월 골마루 구석에서 만났네

파랗게 언 마른 잎들 내려놓지 못하고

이등변으로 한 별을 우러러 

하얀 축복을 겨우내 받은

 

교실 밖 베란다에 내 놓고

햇빛과 물을 주었네

안쓰러움으로 다독이면

잎들은 모래알처럼 바삭이며

멈춰버린 시간의 아픔들을

메마른 흙냄새로 삭이고 있었네

 

염을 하듯 매일 한 컵의 물을 뿌려주며

나무의 가빴던 마지막 숨결을 달래주었네

돌아가거라, 쓸쓸하지만 원래 왔던 곳으로  

지독했던 추위에 오기만 남은 잎들을

순하디 순하게 다독이며......

 

4월, 나무는 색이 바래가고 있었네

색을 놓아 편안한 겨울 숲을 닮아가기 시작했네

영혼의 쉼터에 온몸을 내려놓은 것처럼

명사산 월아천 모래언덕을 닮아가고 있었네

 

 

 

 

 

박운식

 

지난 밤 구들장이 들썩들썩

우르릉 꽝 번갯불이 번쩍

가슴이 쿵쾅 터질 듯하더니

그저께 심은 콩이

딱딱한 흙을 불끈 들어 올리고

새싹이 하늘을 뚫고 솟아나왔구나

며칠 후면 나풀나풀 잎이 나오고 손이 나오고

바람도 만들고 구름도 만들고

이웃집 애기 신발도 만들고

꼬까옷도 하나 만들어 놓겠지

그러면 좋겠네

밤이면 별빛타고 내려온 아가들

좋아라 뛰어 놀고

풀벌레 노래 소리

장구소리 북소리도 들리겠네

풀꽃 들고 손뼉 치며 까르르 웃겠네

 

 

복사꽃 2011년 4월 

 

박원희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다

세상이 궁금한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는

누드

 

사진을 찍고 있다

 

구름이

궁금한 오후

어제는 대관령에 눈꽃이 피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백색의 그림이

사진으로 뉴스마다 나왔다

세상은 누드를 꿈꾸고 있다

 

한 꺼풀씩 벗어 던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가끔씩 세슘과 요오드를

한 줌씩 건네고 있는

이웃나라 소식에

우리가 불쌍하다

지진과 지진해일이 지나간

저 나라가 아니라

멀쩡해 보이는 우리나라가 불쌍하다

 

복사꽃이

핀다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다

 

 

 

지줏대를 세우며 

 

 

박윤규

 

먹장구름이 샛바람을 토하는 아침

채마밭 어린것들이 간들간들 불안에 떤다

올망졸망 꽃망울을 달랑거리거나

갓 나온 열매를 매단 고추, 가지, 토마토 들이

자꾸만 고개를 땅으로 처박는다

삶이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것

비바람이 몰아치면 또 어쩌겠느냐

쾅, 쾅!

굵은 막대기를 박고서

여린 목숨들을 붙들어맨다

고개를 들어라

땅 딛고 선 목숨은 모름지기

하늘을 보고 살아야지

그래 그래, 다독거리며

낱낱이 지줏대에 묶어주다가

문득 고개 치드니

먹장구름 꿰뚫는 세마포 눈부신 햇발

아, 나도 한 포기 일향성 식물

저 빛의 사닥다리에

온몸을 꽁꽁 붙들어매고 싶다

 

 

 

푸른 그늘에 들다 

 

 

신준수

 

늙은 향나무 가지를 다듬는 가윗날에서

떫은 향기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푸른 불꽃같던 침엽에서

오래 그늘을 거느리던 것들이 청록처럼 떨어집니다

그저 생각하면 따끔한 기억 끝, 핑도는 향기

아흔여덟, 봉분이 된 할머니

어찌나 色을 탐하셨던지 울긋불긋 옷가지를 태웁니다

색깔들은 불을 따라가고

흰색만 펄펄 허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주인 잃은 것들의 냄새가 이런 것이었구나

향나무 한 그루 오후 내내 서녘 쪽으로 푸른 조문이 늦습니다

바람이 불고 불들이 돌아눕듯 뒤척입니다

뭉텅뭉텅 잘려 나온 연기가 길게 풀어지고 있습니다

길을 묻지도 않고

서천 초행길을 잘도 따라 갑니다

뒤틀린 몸마다 지긋해진 향나무가 있고 색이 다 빠지고 냄새마저 날아간 빈 집 마당에 푸른 불꽃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사시사철이 온갖 색을 팔러 올 것이고 할머니 저 향나무에게 집안 열쇠를 맡겨 놓았을 테지요

안쪽의 문고리만 오래 삭아가는 세월입니다

 

 

 

비명 

 

 

이윤경

 

굴착기가 파낸 구덩이 속으로

찢어지는 울음이 쏟아진다

살, 삼겹

오겹살을 바치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이빨을 뽑고

거세를 하고

0.43평 공간에 갇혀 살던

살들의 울음

누가 저 울음

멱따는 소리로 들을 것인가

시끄럽다고 귀 막을 것인가

비명非命에 가는

비명悲鳴 소리

생살덩어리들 피울음

 

 

별 

 

  

이인해

     

 

깔깔 웃다가 돌변해선 이 나라 저 나라 그 가난한집들 폭우로 가뭄으로 후려치다가 하는 저 변덕 잔인스런 하늘 수십 년 머리에 이고 살아봤어, 저 답답한 친구가 왜 심술꾸러기인가 나도 답답해질 때  나아가  별을 보곤 해, 그런데 저기서 잔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고 고요하게 살아가는 별무리,  그래서 어벙해 보일 때도 있지만 가만히 보면 그런 게 오히려 참 듬직할 때도 있어,  사람이라면 막걸리라도 한잔 사주고 등 두드려 주고 싶어,   하늘도 많은 용량의 괜찮은 속셈을 깊게 감춘 친구니 그렇게 언짢아만 하지 말라고 별들은 멀리서 껄껄껄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잘 들리진 않더라구  

웃는 돼지 외 1편

이종수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장사 잘 되게 해달라니 어쩔껴

막걸리 한 잔은 아니어도 맛만 보면

원한은 없을 것 같아 있는 구멍 없는 구멍

연잎 같은 귀때기 들추고

입꼬리 귀에 걸고 웃어주었지

의지가지 돈 불려줄 생각에

화룡점정, 한 획을 그으며 웃어도 주었지

웃는다, 웃어라 웃을 날 있겠지 하며

하두 쥐어짜는 소리 하기에 마음 짠해서

지지고 타는 속 감추고 웃어주었건만

돌아오는 게 고작 삼겹살 한 근 값도 안 되다니

멱따는 소리까지 버릴 게 없다는 입에 발린 소리

속는 셈치며 눙쳤건만 구덩이째 쓸어 넣으며

저 죄도 없는 땅속에 쓰거운 창자길을 만들다니

삼겹 사겹 천겹, 풀지 못한 죄

언젠가 눈물 콧물 흘려가며 웃지 못할 날 오리니

그날을 위해 이 웃음 차가운 땅속 깊이 묻어두리

 

 

빵점 대통령 

 

 

이주형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는

전혀 없었던 정체불명의 구제역 괴질이

돈독에 걸신(乞神)들린 이명박 정부아래 나타났다

급성가축전염병 인지, 신이내린 재앙은 아닐 거고

겉보기엔 멀쩡한 돼지와 소를 생매장하여

농민들과 온 국민을 불안케 하고 가슴 아프게 했다

긴급예방조치로 소독한다며 지방행정직공무원들

고속도로 진입로와 국도와 지방도 초소로 순찰

밤12시에 교대 근무하는 아들은 국가의 녹을 먹느라

찬비가 오는 날도 폭설이 내리는 날도 나는

귀찮지만 운전을 하며 데려다주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지역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갔다

맨 처음 경주에서 발생하여 전국을 집어삼킬 듯

경기도로 번졌다고 텔레비전에선 난리 법석인데

호남지역은 어떻게 청정지역이 된 건지 알 수 없다

생매장 너무 많이 하여 올 봄 돼지삼겹살 값이

소고기 값보다 비싼 기상천외현상이 나타났다

한우 값 절반 떨어진 것도 농민들 잘못 아닐지니

이명박 정부, 축산정책 무능함을 보여 준다

돼지고기, 소고기 마구잡이로 수입해 오지 않을까

또 궁금한 건 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98년 6월 동생과 아들이 정성들여 키운 소 5백 마리,

정주영이 이끌고 방북한 그 한우들은 잘 크고 있는지

12년 훌쩍 지났으니 그동안 송아지를 낳았다면

수천마리로 늘어났으련만 누구도 소식 전해주지 않는

오늘 5월30일, 나의 스마트폰에 날아온 문자 정보는

“남한 정부와 상종 안 해, 동해 군통신선 차단”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결연한 뉴스다

이명박 정부, 단한가지도 잘했다고 자랑할 게 없다

축산정책, 통일정책, 교육정책 모든 게 빵점 대통령

잘 하는 것 한 가진 입만 벙긋하면 ‘거짓말’

국민의 혈세로 외유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가장 많이 낭비하는 단군이래의 저급 저질 CEO

생매장 된 축생들 원혼은 역귀(疫鬼)되어 넘볼지니

 

 

 

 

봄 經典 

 

 

장문석

 

조실 스님 다비식이 있던 날, 조촐한 햇살 탓이었을까요.

잿속에서 날아오른 스님의 사리가 너나없이 나뭇가지에 연초록 연등으로 봉긋봉긋 빛나기 시작했는데요.

하필이면 그날 새벽 선방에 든 어린 사미니, 희디 흰 단속곳에 진달래 꽃물이 화들짝

저도 그만 엉결에 늙은 공양주 보살님 품속으로 콩닥콩닥 뛰어들었더니만

빙그레 웃으시며 노오란 생강꽃잎차 한 잔 삼가 건네는데요.

그 향내 벌써 산중에 둘러 퍼졌는지

겨우내 가부좌만 틀고 있던 목련이 재빨리 삼층석탑 휘돌아 나와 뽀송뽀송한 옥양목 몇 송이 들창문에 얹어 놓았구요.

요사채 그늘 밑 빛 맑은 빨래터 옹달샘도 무에 그리 즐거운지 퐁-퐁-퐁퐁 노래 한 가락 귀에 걸었구요.

그 소리 설핏한 젊은 누룩뱀이 지게문 지그시 밀고 나와 혓바닥 날름날름 해바라기를 하고 있네요.

몹쓸 것은 저 놈의 노골지리, 괜한 샘통으로 노골노골 지리지리 하늘로 솟구쳤다 내려앉았다 한참이나 오도방정 떠는 바람에

아랫마을 세속의 복사꽃 오얏꽃 살구꽃도 금방 눈치를 채고는 지필묵 가다듬어 일제히 화사한 축전을 올려 보내는데요.

오며 가며 산중 소식 죄다 엿들은 다람쥐 거사님, 죽고 사는 게 다 한 통속이라고

도토리 목탁 도닥도닥 두드리며 제법 조실 스님 시늉으로 봄 經典을 읽고 있네요.

 

 

 

분서갱유(忿逝坑蹂) 

 

 

조원진

 

 

신유년 벽두부터

진시황의 망령이 부활했는지

소와 돼지들이 산채로

땅에 묻혔다

오로지 인간들의 배속에

기름기가 되기 위해

진열장의 상품처럼 촘촘히 박혀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살만 불리던

그들에게 불온서적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으니

焚書는 일단 생략하고

마구 잡이로 구덩이 속에 끌어 묻더라

굴삭기 삽날에 떠밀려

저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피를 토하던 절규

게걸스럽게 밥이나 먹고

똥이나 퍼질러 싸는 줄만 알았던 저들에게도

저토록 처절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구나

殺처분은 그나마 낫지

억울한 목숨 짓밟아

무더기로 파묻는 구제역,

그들의 한이 서린 최후의 종착역에서

꼭 이래야만 되는 거냐고

우리도 언젠가는 너희를

이 아비규환의 구덩이 속으로

기어이 끌어 내리겠다고

철판을 긁는 듯한 비명 지르며

비상보다 더 독한 한으로 뒤엉켜서

처참하게 그들은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