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물

 

강 문 종

 

노을과 함께

내 가슴속 강물이 흐른다

 

江은

구름 한 점 안고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

 

그럴 수밖에

굽이굽이 설레는 울음

길은 애오라지

가시덤불 피하고

큰 바위 휘감아 돌며

말 없는 수평의 진리를 향해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있다.

 

 

강물

 

고 안 나

 

밀고 밀리며 떠 내려가는 生

가득 채워졌다 비워지기도 하지만

어차피 한 세상 제 그릇에

담겨서 줄다리기 한다

밀지 마라, 밀지 마라,

숨이 턱턱 막히도록 채워보아도

결국 담기지 않는 저 것

양수(養水) 차오르듯 팽팽해져도

한숨 꺼지듯 무너지는 것들

달려서 급히 천년을 돌아도

똑 같은 흐름만 탈 뿐

우린 서로 나란히 함께 가고 있는 것

밀치고 달려들어

남의 의자에 앉았던 시간같이

부끄러움 토해내는 멍 던 세월아

물빛 맑은 오후

예사롭지 않은 출렁임도

허기진 배고픔처럼 사소한 것들

밀리고 쫓아가는 말미(末尾)는

또 얼마나 덧없는 것들일까

 

 

낙강시제에 부쳐

 

詩丼 김광자

 

소백산 속가슴 정기 흐르는 상주고을

이규보의 시회詩會로 살았어라

 

하늘 물소리 은밀히 귀 맑혀

시화詩話를 읊어

풍류시객 모여들어 문순*의 시풍을

집짓는 양반네들

 

이안천, 북천 아울러 북적대며 문순의

시술을 끌러대는 낙동강 칠백리

문강의 흰 수염 세세로 푸르렀더라

 

사시절 산새의 노래와

시절詩節

만세의 꽃을 피우는 시회詩會의 후예들

황모쟁기 쉴 새 없어라

 

낙동강 잰걸음도 황모에 쉬어

첨벙첨벙 이규보의 혼을 치는 일필 휘호

『2011 낙동강』

진갑 잔치 시잔詩盞을 받쳐 든 문사文士

상주골 가을 하늘 문향文鄕으로 드높더라.

 

* 문순 *이규보의 시호.

 

 

 

김 석 규

 

강물은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다가 물을 만나면 물과 어깨동무하고

구름을 만나면 구름과 서로 볼을 비비고

바람을 만나면 바람과 같이 달려간다

강물은 얼마나 넓고 큰 사유를 지녔기에

저리도 푸르고 조용한가

강물이 언제 그 깊이를 내보이던가

남은 햇살에 기대어 젖은 몸을 말리며

길게 줄을 서서 건너가는 세상의 저녁

한 번도 유역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생애의 일기장으로 엮어 자주 들추어내고

역사의 한 굽이로 기억하기도 한다.

하늘을 이고 섰는 바다 가까이

갈대를 서걱이며 노을에 탈 때

강물은 한 입 가득 새들을 뿜어 날린다.

 

 

아, 낙동강

 

김수화

 

나 떠나온 고향은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흐르고

아버지 품속 같은 너른 들판과

살구꽃 보다 순한 사람들이 살던 곳

 

강가엔 나룻배가 어이어

뜻 모를 노래 부르며 오가고

망초꽃 흐드러지게 핀 강둑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지

 

마을을 감싸 안은

뻐꾹새 울음에 저 혼자 깊어가는 뒷산

도토리 껍질 주워 모아

소꿉놀이 하며 놀던

키 큰 상수리나무는

지금도 날 기억하고 있을지

 

시간의 주름 깊게 간직한 채

강물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기억의 풍경 속으로

갇히고 있다

 

 

무우정(舞雩亭)*

 

김숙자

 

경천대(擎天臺)* 바라보며 다소곳이 앉아있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에 띄워 놓고

시를 읊조리는 소리에 찾아드는 길손들

 

소금 배 묶어 놓았던 소나무 아래서

청설모 호두 까는 모습을 바라보며

악공이 덩실 더엉실 춤추며 기우제 지낸다.

 

우담 채득기가 만들어 사용한 돌그릇

연분, 약분, 관분이 나란히 줄지어

지나는 길손들 불러 정담을 나누네

 

* 경천대: 일명 자천대라고 함(처음에는 스스로 하늘로 솟아올랐다는 뜻으로 자천대라 불리어 졌었는데 우담채득기 선생님이 경천대로 이름을 바꿨다.)

 

* 무우정:우담 채득기 선생이 만든 정자

 

 

낙동강

 

秋江 김시백

 

黃地서 多大浦로

물길 따라 천 삼백리

일고 진 숱한 사연

애환도 情이런가

 

유구한

역사의 장에

嶺南 문화 꽃 피워.

 

 

I am the Nak Dong

 

Yuhn-Bok Kim

 

I flow and you drink me and I work

in you to bring new strength to your

body, new inspiration to your soul;

but when I am dirty you vomit;

when I am poisoned you die.

 

My friend, the Rhine, flows from

the Alps' snow caps; but my mother

is the Pacific Ocean and

every drop of water in me remembers

it came from her through

the work of the tropic sun.

 

My friend, the Nile, helped her people

build the pyramids on the desert land;

my neighbor, the Hwang-ho, and her

people built the Great Wall; and still

I do not envy them

because I have done my share--

 

I helped my people build a kingdom

that lasted a millenium, enjoying

the finest creations of the spirit

leaving behind the most beautiful

stone statue on earth, so lively

and real as if breathing;

 

and recently a boy nurtured by me

made his people rise up to work

and work again, changing the ashes of war

into a miracle of gold. I could not cry when

he died and still people remember him as

the one that brought forth bread for them.

 

I sing and you hear me

and I gladly dance in you;

Oh, rise up, my people, and bear testimony

to my work in you again with the torch

of a new golden age in the east.

 

 

내 이름은 낙동강

 

김 연복

 

흐르는 나, 나를 그대가 마실 때 나는

그대 안에서 일하리라

그대 육체에 새로운 활력을,

그대 영혼에 새로운 영감을,

하지만 내가 오물이면 그대 토하고

내가 독물이면 그대 목숨 잃으리라.

 

내 친구 라인강은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리지만

나의 근원, 나의 진짜 어머니는

저 태평양이란 것을

내 안의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거기서 왔음을 기억하노니

뜨거운 저 열대 태양의 힘으로

 

내 친구 나일강은 그의 사람들에게

사막 위에 피라alt을 세우게 했고

내 이웃 황하강은 그의 사람들에게

만리장성을 쌓게 하였지, 하지만

내가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나 또한 당당히 내 몫을 하였기에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이 땅에

천년 사직의 왕국을 건설케 하였고

예술과 정신문화의 극치를 맛보게 하였지

하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 조상 하나는 아직도 남아

살아 숨 쉬는 듯 하여라

 

그리고 최근에는

나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 하나가 있어

그의 사람들을 일으켜 일하고 일하게 하여

끝내는 전쟁의 잿더미를 황금의 기적으로

바꾸어 놓았지. 그가 죽었을 때 나는

울 수가 없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그들에게 빵을 갔다 준 자로 기억하고 있지.

 

노래하는 나, 내 노래 그대 들을 때

그대 안에서 기꺼이 춤을 추리라.

오, 다시 일어나라 나의 사람들이여, 일어나

이 땅에 새 황금시대의 횃불을 들라

하여 그대 속 나의 역사를 다시 증언하라

 

 

 

여영 김영애

 

걸어가다 만나거든 손을 잡고 가자꾸나

품은 뜻이 달라도 한 곳 향해 가는 길을

 

망초 꽃

하얀 눈망울

읽으면서 가보자.

 

손잡으면 고향 서로 묻지를 않는 거다

맺어진 너와 나의 설레이는 인연 속에

 

종다리

우는 보리밭

푸른빛도 한 줌 넣자.

 

 

강물

 

김 임 백

 

꼬마들 강가에서

돌 던지기 게임을 한다

날아오는 돌팔매

한꺼번에 받는 저 강

던지는 힘만이 나를 보여주는가

물거품으로 부서지고 말 것을

과시하며 내미는 도전장

강물은

스스로 상처 털어내고

제 힘으로 깨끗해지면서

말없이 흘러간다

 

 

낙동강에서

 

김재수

 

늦은 장마이면 어떠랴

강의 가슴이 넉넉하게 차고 있다

목말라 나른해 하던 갯밭의 곡식들이

파랗게 일어선다.

머리 풀고 기도하던

갯버들도 줄을 지어서서

차오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저 아래 감질나게

바닥으로 겨우겨우 이어가던

여린 물줄기들이

성큼 성큼 기슭까지 걸어 나와

나무의 발목까지 적시기도 하고

갈대의 겨드랑이를

간질이기도 한다.

흰 구름 스쳐 지나는

파란 하늘에

왁자하게 떨어지는 매미들의 함성

강물에 반짝이는

물비늘을 만든다.

여기저기서

뿌득 뿌득

살 오르는 소리 들린다.

 

 

낙동강변 1

 

김재순

 

앞산 너머 낙동강 가에 살던 그 친구

아비가 고기 잡고 어미는 새벽 장 가고

서리가 하얀 산을 깡총깡총 내려서

마실 왔었지

 

마을 길 넓히고 초가지붕 걷어내도

그 아비 가난은 강처럼 깊었는데

땡볕은 기어이 그 아비를 떠밀어

강물 속 천리 길로 보내 버리고

올갱이처럼 매달린 아이들

오두막에 훑어 놓고

그 어미도 흘러갔지

 

우물에 빠졌어도

이끼낀 돌벽 딛고 올라 온 그 친구는

번쩍이는 도시의 모퉁이에서

차양처럼 빛바래며

싸구려를 외쳤다지

그 친구 목청을 타고 올라

십 몇 년을 자란 싸구려는

이제

수려한 느티나무로 섰다고

겨울바람이 던져 주는

그 친구 소식

 

 

 비 후에도 세상은

 

김 추 인

 

저어기 번쩍

햇살 받아

굽이를 트는 것이 강물 아니냐

고등어처럼 시퍼런 등줄기로

힙찬 갈기 세워

숲을 헤엄쳐 나가는 것이

정녕 강물 아니냐

 

내가 하릴없이

발목 빠뜨리고 서서

어질어질 눈 라 가는 굽이에

흔들리며

고꾸라지며

흐르고 있는 내가 강물 아니냐

 

네 이름에 목메어

좇아가고 있는 날

물살에 부대낀 갯버들

수척한 둥치 옆의 그 자리에

데려다 발목 되 빠뜨려 두고

혼자 번쩍번쩍 굽이 틀며

도도히 떠나는 것이 강물 아니냐

 

울콸설콸 앞만 보고

재빨리 내달리고 있는 우리네

여기 세상이 정녕 강물 아니냐

 

 

가덕도 가는 길

 

김형술

 

낙동 칠백리를 혈혈단신 걸어

강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거기 오래된 표지판 하나 서 있었다

 

천진한 신석기의 바람 머금은 옷깃마다

꽃무리를 품은 채

맑은 그늘 묵묵히 드리운 섬

 

바다를 만나기 전에

큰 바다를 만나 하나의 너울로

어우러지기 전에

 

제 지나온 날의 얼룩이며 상처들

가만가만 다독이고 다스려

스스로 깊어지라고

 

깊어지고 깊어진 후에야

세상의 모든 무거움들 기꺼이

들어 올려 제 등에 지는 단호한 힘

출렁이는 노래를 가지라고

 

강과 바다 사이

침묵과 함성 사이 평온한 기항지를

마련해놓은 섬

 

낙동 칠백리를 힘겹게 돌아

날마다 내가 첫 바다를 만날 때

거기 갓 태어난 거울같은 섬 하나 있다

 

하나의 물마루가 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물굽이를 거쳐야하는 지

얼마나 많은 슬픔들 흐르고 쌓여야

갈대숲 하나를 세워 일으키는 지

 

새 한 마리 훨훨

하늘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지

깨우치려는 듯

 

 

비단강

 

나 태 주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그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 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강가를 지나며

되뇌어 봅니다.

 

 

강물에 대한 예의

 

나호열

 

아무도 저 문장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 이야기인지

옮겨 적을 수도 없는 비의를 굳이 알아서 무엇하리

한 어둠이 다른 어둠에 손을 얹듯이

어느 쪽을 열어도 깊이 묻혀버리는

이 미끌거리는 영혼을 위하여 다만 신발을 벗을 뿐

추억을 버릴 때도

그리움을 씻어낼 때도 여기 서 있었으나

한 번도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구나

팽팽하게 잡아당긴 물살이 잠시 풀릴 때

언뜻언뜻 비치는 눈물이 고요하다

 

강물에 돌을 던지지 말 것

그 속의 어느 영혼이 아파할지 모르므로

성급하게 건너가려고 발을 담그지 말 것

우리는 이미 흘러가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었던가

 

완성되는 순간 허물어져 버리는

완벽한 죽음이 강물로 현현되고 있지 않은가

 

 

추억에 대하여

 

나 홍 련

 

강물소리 멀리 들리는 회상의 저편

우울한 우기의 숲길을 더듬다가

축축한 자작나무 그늘을 벗어난 그런 날

외로움이 풀린 강둑에 늙은 나무로 서서

흘러간 추억을 줄줄이 듣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강물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로 선명한 정오의 풍경과

술렁이는 빛살로 씻은 듯한 얼굴 내밀고

그래서 환한 기억들은 강변 모서리에 닿습니다.

빗물을 막 털어낸 잎새들의 젖은 뿌리까지 말리던

그 해의 여름을 성큼성큼 걸어오는 떼 바람

물결잔등에 시원한 은빛 물결타고 범람하듯

출렁이는 그 때의 웃음들이 물목을 환하게 밝히며

지나온 길들이 느릿느릿 강물따라 닿는 곳

절정의 물무늬에 초원은 푸르게 눈이 부신다 해도

시선이 멈춘 긴 모래톱에 수신되는 추억들이

가슴 저미는 세월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음은 잠그지 못하고 저 휘인 수로 너머로

마디풀만 앙상한 어릴 적 골목길을 몇 번 돌아

한 시대를 다급하게 건너온 그림자 내려놓고

백발성성한 머리카락 위로 마른 잎 하나

바삭바삭 부서지는 기억은 하상을 쓸면서

강물을 걸어 돌아올 것 같은 사람을 위하여

가장 소중한 것도 버릴 것 같은 날

또다시 며칠을 끙끙 앓기도 하겠지요.

 

 

다시 보는 낙동강에서

 

류진교

 

강가 빨래터에는 자주 엄마가 있었다.

어린 나는 물속에서 풍덩거렸다.

 

집으로 올 때는

검정고무신에

다슬기 두어 마리가 딱 붙어 있었다.

 

모래알 하나하나

셀 수 있으리만치 맑았던 물

구름 뭉게 피고

바람 솔솔거리던

그 때 즐거웠던 나는 지금

여기 있는데

 

물은 탁해지고

엄마는 가 버리시고 없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름다웠던 꿈은 어찌할 거냐?

 

 

새들의 흰 이면지에 쓰다

-시인 이원규의 집, ‘물마루’

 

문인수

 

그 사내는 이미 새의 종족, 지리산 아래 섬진강 가

여기 저기

세 들어 산 지 오래 되었다.

지금은 경상남도 하동 땅 덕은리 언덕,

맹지(盲地)* 위의 前 폐가에 산다.

일부러 저 먼 강 건너편에서 이쪽을 건너다보고 점찍었다는 언덕마루,

이 눈먼 땅에다 저의 눈을 두기로 한 것.

새가 둥지 틀 데를 고를 때 흔히 하는 객관식이다. 역시

섬진강의 필법이 잘 내려다보이는 물마루,

시퍼런 물굽이와 새하얀 모래톱이 서로 부드럽게 껴안으며

태극문양을 이루는데, 저기 새들이 자주 논다.

놀거나 말거나 이 마루에선

자잘한 새발자국들 전혀 보이지 않아

백사장은 늘 깨끗하고 물은 계속 새것이다.

그는, 강물을 찍어 백사장에다 쓴다.

무리를 버린 새,

무리의 울음을 좇아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가는 촌철의 사내가 있다.

 

*현장, 혹은 법적인 지적(도)공부상 길을 물고 있지 못한 땅.

 

 

강물은

 

 

 

민경탁

 

강물은, 강물은

초록 들녘 휘두르며

참붕어와 흰 물새 떼

억새와 개망초꽃에

젖을 물리네.

 

어둠이 내리면

세상의 소란도 보듬으며

철교 밑 산기슭에서

보름달이 전하는 블랙홀의 밀어를

은빛 실타래로 풀어내지.

 

강물은, 강물은

우레와 패랭이꽃

구름과 꾀꼬리들이

세상에 못다 푼 숙제까지

나직이 청록빛 편지로 풀어놓네.

 

 

나각산

 

松香 朴 圭 海

 

삼산이수(三山二水) 흐르는

낙동강 가 나각산

 

소라모양 산 모양새

암반 위에 정자 하나

 

저 멀리

경천대 비경

낙동강의 팔경 하나

 

유구한 역사 속에

명산지수 절경이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속에 산수화

 

산세는

아기자기한

신비롭고 경이롭구나

 

 

유월의 강가에서

 

박상휘

 

강가 모래톱 위에 앉아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본다

시간은 모두 물과 함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강은 지금

또 다른 세계로 공사 중인데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순간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기대와 서운함에

바람 맞선 인도교다리

윙 윙 속으로 우네.

 

건넛마을 하나 둘 등불이 켜지고

먹이 찾던 새들도 둥지로 떠나

강둑 하얗게 흐드러진 개망초

해어스름 이 강의 전설을 적는데

 

강을 보며 더욱 그리운 어머니

나룻배 타고 강을 건너던

그 때 내 어머니 모습은

학처럼 고우셨지.

 

 

 

가을 강변

 

박정구

 

맑은 가을 강물 따라

유람선 타고 가면

물속에 잠긴

가을 들판에서

 

밀짚모자 비스듬히 쓴

허수아비

노란 땀을 훔치며

바라다본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머리카락 날리며

강줄기 따라 나서고

 

푸른 강물 깊이

고추잠자리들이

날개를 흔들며

떴다 가라앉았다

재주를 부린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은물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