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3호...
   2019년 11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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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창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 옛 선비들은 청빈(淸貧)을 소중한 가치로 설정했다. 99를 가진 자가 하나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을 채우려는 것이 사람의 욕망인데 왜 우리의 선비들은 스스로 가난을 선택했을까? ‘그들은 물질을 탐하다 뜻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에서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 하고, 그 외적 모습이 청빈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황헌식, 신지조론) 물질을 따르면 지조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율곡 이이(1531~1584)는 한양에 집 한 채...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꿈 랭스턴 휴즈 꿈을 꽉 붙들어, 꿈이 사라지면 산다는 게 날개 부러진 새와 같아 날 수가 없거든. 꿈을 꽉 붙들어, 꿈이 사라지면 산다는 게 눈으로 꽁꽁 얼어붙은 메마른 들판 같거든. 우리 사회의 귀족은 누구일까? ‘강남 좌파’ ‘강남 귀족’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그들이 정말 우리 사회의 귀족일까? 귀족들이 자기 자식들을 위해 그리도 애쓴단 말인가? 귀족이란 원래 자신들이 가진 모든 ...

이별의 공식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듯 꽃이 진 뒤에 잎이 뒤늦게 돋듯 이별 전에 이별이 있었고 이별 후에 이별이 있었다. 바람이 오기 전에 눕는 풀처럼 바람이 지난 뒤에 굳는 뿌리처럼 머물 수가 없어서 서둘러 울고 오래 아팠지만 망각은 없었다. 상처 가장 먼저 떠오르거나 떠올렸어야 하는 말이었으나 그 날 늦어서야 떠올랐던 말은 상처였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도 어떤 강박이 있었을까. 강박이 있었다면 이 강박 역시 상처이겠지. 드러내어야 함에도 ...
정칠성(鄭七星) 나의 님은 조선 강토(疆土)이어요 집안이 가난하여 식구들이 배고프니 일곱 살에 어린 기생이 되어 가무로 생계를 이어갔어요 달밤에 세찬 바람이 가슴을 치고 절망이 소리 높여 가야금을 켜니 나라 잃은 설움이 밤하늘을 찔렀지요 스물두 살 흥분에 넘쳐 삼일운동에 만세를 불렀어요 기름에 젖은 머리를 그날로 이별했어요 민족이 제 애인이 되었고 제가 섬겨야 하는 주인이 되었어요 침략자의 노략질이 심한데 더 이상 풍류로 고운 목소리를 낼 수 없었어...
낌새 나무들의 아미가 붉어졌다 무성하던 수다가 한 입씩 떨어졌다 지난한 폭염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수다였다 견딘다는 것은 그다지 웅숭깊은가 바람의 동공은 깊어져 가벼운 수다에도 몸을 날렸다 너에겐 너무 가벼운 잎사귀 점점 어두워지고 더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것 한밤중 고양이 울음처럼 무거운 것이다 길고양이 울음을 굴리며 팔랑귀처럼 떠나는 길 위에 서서 스러지고 있을 흐느낌들 우두망찰 그 배후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떠나...
구구 팔십일 동짓날 여든한 송이 꽃 달린 매화를 그려 들창 가에 걸어두고 하루 한 송이씩 붉은 꽃심 그려나가다 마지막 송이 채운 다음날 창문 들어 올리면 그림과 꼭 닮은 풍경이 펼쳐진다는 워-매, 고것이 참말이었구만! 구구 팔십일 치운 날 고이 껴안고 꽃잎 하나하나 눈에 넣어 가슴에 새기면서 그렇게 기다리는 것 꽃은 노옥련 할매의 이야기 월사금 못 내서 아들이 학교 가서 기합 받고 그것이 지금도 피눈물 나 돈 없는 것이 죄도 아닌디 지금이나 옛날이...
낙동강(洛東江) 시작이 보잘 것 없어도 이어지면 커진다는 거 속 좁은 마음도 열어두면 넓어진다는 거 가로 막혀 답답할 때는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거 때로는 위로 또 위로 거슬러 오르고 싶다가도 이내 마음을 사려 내려 갈 줄도 아는 거 오늘도 넉넉히 흐르는 너를 보고 배운다. 신호등 앞에서 어머니 빨간 불이어요 멈춰 서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나요? 아들아 자세히 보렴 깜박깜박 시간이 파란불을 데리고 네게 점점 다가오고 있잖니? 김재수/창주아동문학상, ...
천.불.곡(川.佛.谷) - 문경 보현정사에서 물소리 귀기울여 듣는 상사화나 이번 세상은 툭 떨어진 푸른 밤송이도 한 번은 마주치고 가는 거 무수한 만남 속에 또 한 번 마주친 거 쉼없이 흐르는 저 물길에 부처 있다면 끝없이 내려서는 이 골에 부처 있다면 어디에나 어느 때나 있는 부처 우리도 가만히 만났다 가는 거 가을 공양(供養) 누구에게라도 정성껏 지은 밥을 나누어 드립니다 가득한 이 床을 받으신다면 두 손바닥 공손히 맞대어 點頭하셔도 좋겠습니다 全身을...
칠산 앞바다 밤은 깊어가고 바람은 불어 어두운 칠산 앞바다 어찌할거나 자식걱정 어미는 언덕에 서서 두 손 비비고 비벼 밑 없는 어둠 시린 파도 앞에 몸을 태웁니다. 내 자식들아, 이 불빛을 보아라. 당신은 어찌 그렇게 하셨나요. 태풍 속 도깨비불에 홀려 헤매일 줄을 어찌 아셨나요. 아홉 산봉우리에 촛불은 켜지고 불빛은 칼날이 되고 칼은 피가 되어 등대로 타오릅니다. 새벽이 가까울수록 어두운 맘 짙어가고 거기 불 밝힌 봉우리 백년이 갈수록 따사롭게 눈부...

수필

우리 집이 없다 / 고향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고향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가서 조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을 나서기 전,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 근자에게 함께 가자고 연락했다. 근자는 조의금만 전하기로 했다면서 참석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많고 동창생들의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근자가 왜 그럴까. 의아했다. 하지만 조문하고 우리 엄마 집에서 같이 하룻밤 묵자...

권서각의 변방서사

대장장이 성자 순흥에서 소백산 쪽으로 10여리 떨어진 곳에 배점리라는 마을이 있다. 소백산 기슭이라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사철 맑은 물이 흘러 산수가 수려하고 인심이 순후한 곳이다. 이 마을에 배순이라는 사람의 대장간이 있었다. 배점(裵店)이라는 마을이름은 배순의 대장간이 있던 곳에서 유래한다. 배순은 비록 신분은 쇠를 두드려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이지만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였다. 틈틈이 서책을 가까이하여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학문에 대한 목마름은 끝이 없었다. 마침 퇴계 선생께서 풍기군수로 부임해 오셨다. 퇴계 선생...
음악 미술 하니라 초등학교 때는 미술시간이 좋았다. 대부분의 미술시간은 선생님이 그림 주제를 주고 운동장이나 야외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림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자유가 좋았다. 교실에 앉아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우는 시간보다 혼자 앉아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리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대개 미슬 시간은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을 감안하여 두 시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두 시간 동안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날의 그림 주제는 ‘우리학교’였다. “오늘 그릴 그림은 ‘우리학교입니다. 모두 바께 나가서 우리학교를 그리세요.” 대부...

이 달의 작가

게헨나 - 한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건너는 게 죽음일 거라고 오늘 밤 기록한다. 1 풍 맞은 아버지에겐 방문 밖이었고 나에겐 방문 안이었다. 2 오 년 동안 S와 갈 데까지 다 갔다. 그해 봄, S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는 2년 뒤 가을비 구질구질 내리던 날 유부녀로 나타났...
나의 문학관 1.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와 배경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삼십 대에 중한 병을 앓은 적이 있다. 그때, 병실 문밖까지 죽음이 와 서성이는 거 같았다. 지나간 날들은 한 줌 바람 같았고 남은 생의 그 문양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에세이나 시...

작품집에 스며들다

영화관 앞 흔들의자 나비들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날아다니다가 끝내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얀몰 영화관 앞 흔들의자는 노인들 차지다 노인들은 의자에 앉아 젊은 시절을 회고하거나 손자들 자랑으로 영화 관람을 대신했다 항상 불편한 거동과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을 흔...
시인의 말 밥벌이 때문에 칠년동안 머무는 필리핀에서 내 피부는 검어지고 체질도 많이 바뀌었다 고국에서 오십년을 지내면서 만들어진 몸의 체질은 점차 열대지방화 되었다 식사는 한국 식단으로 했으나 간식과 과일은 열대지방의 것으로 먹고 마셨다 고국과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은 너...

신간안내

문창길 약력: 1958년 전북 김제 출생. 1984년 <두레시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북국독립서신>. 현 계간 ,창작21> 주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 ┃책머릿글┃ 첫 시집 이후 1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다. 남다른 감회를 갖는다. 또한 올해로 3·1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번 시집을 선보이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적 노력을 다했다. 내 시가 있게 한 몇몇 뜨거운 사랑들이 ...
책소개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동길산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가 출간되었다. 자연 속에서 자유자재로 깨달음과 허무를 마주하는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풍경 속에서 오랫동안 삶에 대해 속삭여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에서는 ‘비어감’에 대한 시선을 드러내고 ‘애잔함’과 동시에 찾아드는 ‘평온함’까지로 나아간다. 해설을 쓴 백인덕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아의 모습에서 시인은...
책소개 “슬픔과 아픔으로 엮은 시의 집” b판시선 27번째로 최기종 시인의 ≪슬픔아 놀자≫를 펴낸다. 199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대의 아픔을 겪어내면서 모은 여섯 번째 시집이다. 기쁨이 아닌 슬픔은 그동안 극복하거나 잊어야 하는 대상으로서 회피되어 왔는데, 시인은 표제시인 [슬픔아 놀자]에서부터 도리어 슬픔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걸고 있다. “손잡고 놀자” “얼싸안고 놀자” “동무하며 놀자” “신랑각시되어 놀자”라고. [세상의 아픈 것들이] [내...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안민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게헨나>가 출간되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상상력의 파고를 보면 황홀함이 느껴지고, 언어의 숲을 뚫고 나가는 저돌적인 돌파력을 보면 아찔한 느낌”이라는 황치복 평론가의 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개념들의 어울리고, 정반대의 사건들이 충돌하며, 낯선 장소들과 사물들이 포개지는 독특한 시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공간은 파국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
권숙월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민들레 방점』은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스스로 실천하는 합일과 화해의 시정신을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산문시 형식은 그가 이 세계를 더욱 핍진하게 사유하는 양식으로 성공하였다. 시인의 눈길이 비 젖은 벚꽃잎이 그린 “비의 발자국”(「봄비 발자국」)을 지나서 “가슴 촉촉이 적셔주던 달”(「낮달」)의 빛을 받으며 은행나무가 간행한 책 속에 깃든 “빛나는 문장”(「빛나는 문장」)에 이르...

시와 거닐다

흰 토끼 일곱마리는 고영민 청보리밭을 보면 나는 왜 흰 토끼 일곱마리가 떠오를까 우리 밭의 보리싹을 누가 뭉텅뭉텅 낫으로 베어가고 아버지가 그 집을 찾아가 어린 토끼를 한마리씩 우리에서 꺼내 귀때기를 잡고 마당 한가운데 힘껏 내동댕이치는데 토끼가 먹었으니 토끼를 죽여야...
눈알 배창환 분명 산짐승이었다 이른 새벽 포도(鋪道)에 종잇장처럼 납작 얼어붙은 몸뚱이에서, 헤드라이트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보였다. 눈알이었다. 아니, 간밤에 내린 서리가 둥글게 뭉쳐진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별뫼산 내려오는 밤길에 반짝이는 물체를 보았다 그것이 산토끼...

야단법석

= 전환기의 봄날 = 올봄엔~ 아주 싱그러운 그림을 그려 놓을 거야. 오는 봄엔~ 엄청 청정한 그림을 그려 놓을 거라고. 그런 그림을 그려놓고선 그 그림대로 살아 갈 거다. 올봄을 삶의 대전환기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 아~ 그 그림! 생각만 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울렁울렁 가슴이 ...
아~ 시절이 시대가 많이도 변해 벼렸구나 그 지난 옛날에는 정이 철철 넘어 흘렀고 서로서로가 도우면사서 가난을 념겼었는데... 이제는 지금은 맹탕이야 멍청맹탕이로구나! 다 망쳐 놓은 이 지구세상을 우리들이 있어야 할 우리들이 맞대야 할 이 지구터전을 어렇게 어떠하게 꾸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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