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4호...
   2019년 12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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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창

여성에 대한 오해 사람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는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다.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하시고 맨 마지막에 진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어 아담을 만드셨다. 히브리어 아담(Adam)은 영어의 남자(Man)와 같은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만든 뒤에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다. 창세기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은 남성에 속한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에서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서양과 다르다. 한자의 기원을 풀이한 ‘설문해자’에 계집 여(女)자에 대한 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브레히트) 제대로 된 혁명 D.H.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쫓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짚 1 다 주고 떠나는 마지막 가는 길은 부드럽다. 빈들로 사라지는 종소리의 여운이듯 해질녘 집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듯 땡볕과 장마 속에서 초병처럼 서서 버틴 무서리 내린 찬 논바닥에 누워 덕장의 명태처럼 바람과 햇살에 몸 말리는 초분草墳 가벼운 육신 무더기로 꽁꽁 묶여서 수의 같은 흰 비닐에 싸여서 누룩 뜨듯 익혀 진한 맛을 들여 온 몸을 소처럼 고스란히 공양 올리는 우걱우걱 되새김질하는 저물녘의 우리 움직이는 붉은 꽃으로 불어나는 은밀한 시간...
불턱 방담放談 서로의 심장에 총탄을 재던 그해 六月, 고향 갯가로 끌려나온 무수한 유령들이 광목천에 묶이어 역사 저 편으로 수장되었다는 어른들의 음계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문득 남도의 외로운 섬 하나가 떠올랐다 그 총알이 왼쪽 눈에 깊은 슬픔으로 커져, 三月의 차가운 물 밖으로 떠올라 증인으로 서자 고향의 수많은 발자국들이 거리거리에 찍어놓은 분노를 활자로 읽으며 그 섬마을의 하도리가 생각났다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은 고향의 날선 목소리 속에, ...
훈연(燻煙) 외증조할머니는 연산 대추골에서 동학군에 가담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죽었다 사구라꽃이 극성으로 피던 대추골에서 징용으로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던 외종조할머니도 죽었다 ✽상강 지나서 얼음이 멍가나무 대궁에 빨갛게 얼던 날 의용군에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던 외할머니는 컹컹컹 마른기침을 하며 윗방에서 곰방대에 성낭 불을 켰다 그런 밤이면 하얀 사기대접의 자리끼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오장육부가 타고 있는 외할머니의 입에서는 연기가 났다 기다...
화관 전생을 온전히 지워내야만 비로소 꽃이 된다는 상사화 봄에서 겨울로,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눈물로 꽉 찬 당신의 비밀과 빗물로 꽉 찬 나의 생각까지 다 닦아내지 못하고도 한 통속이라 기운차게, 이 습한 화단을 뚫고 내 필생 속에 핀 당신 참 명랑한 화관입니다 미완(未完)은 여기서 이렇게도 지극하나 봅니다 새벽 비 내리는 구간 모란 촉에 스며드는 수국 꽃방을 넓히는 놀이터에서 저 혼자 미끄럼틀 타는 발정 난 길고양이 울음, 마음 쓰이는 인력시장 박 ...
늙은 호박 친구 농장에서 얻어온 호박을 가득 싣고는 집으로 돌아와 차 트렁크를 여는데 늙은 호박 하나 떨어져 내리막길을 굴러 데굴데굴 마을 아래로 신나게 치달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잡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지켜만 보는데 달달하고 맛있는 전을 부쳐 냠냠 짭짭 먹을까 몸에 좋은 진액을 우려내어 주욱 쭉 빨아 먹을까 행복한 상상이 저 멀리 도망가고 있다 자신을 죽인 뒤 시신을 토막 쳐서 세상의 구경거리로 삼지나 않을까 여러 대의 수레에 팔다리를...

수필

우리 집이 없다 / 고향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고향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가서 조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을 나서기 전,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 근자에게 함께 가자고 연락했다. 근자는 조의금만 전하기로 했다면서 참석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많고 동창생들의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근자가 왜 그럴까. 의아했다. 하지만 조문하고 우리 엄마 집에서 같이 하룻밤 묵자...

권서각의 변방서사

대장장이 성자 순흥에서 소백산 쪽으로 10여리 떨어진 곳에 배점리라는 마을이 있다. 소백산 기슭이라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사철 맑은 물이 흘러 산수가 수려하고 인심이 순후한 곳이다. 이 마을에 배순이라는 사람의 대장간이 있었다. 배점(裵店)이라는 마을이름은 배순의 대장간이 있던 곳에서 유래한다. 배순은 비록 신분은 쇠를 두드려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이지만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였다. 틈틈이 서책을 가까이하여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학문에 대한 목마름은 끝이 없었다. 마침 퇴계 선생께서 풍기군수로 부임해 오셨다. 퇴계 선생...
음악 미술 하니라 초등학교 때는 미술시간이 좋았다. 대부분의 미술시간은 선생님이 그림 주제를 주고 운동장이나 야외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림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자유가 좋았다. 교실에 앉아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우는 시간보다 혼자 앉아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리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대개 미슬 시간은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을 감안하여 두 시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두 시간 동안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날의 그림 주제는 ‘우리학교’였다. “오늘 그릴 그림은 ‘우리학교입니다. 모두 바께 나가서 우리학교를 그리세요.” 대부...

이 달의 작가

게헨나 - 한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건너는 게 죽음일 거라고 오늘 밤 기록한다. 1 풍 맞은 아버지에겐 방문 밖이었고 나에겐 방문 안이었다. 2 오 년 동안 S와 갈 데까지 다 갔다. 그해 봄, S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는 2년 뒤 가을비 구질구질 내리던 날 유부녀로 나타났...
나의 문학관 1.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와 배경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삼십 대에 중한 병을 앓은 적이 있다. 그때, 병실 문밖까지 죽음이 와 서성이는 거 같았다. 지나간 날들은 한 줌 바람 같았고 남은 생의 그 문양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에세이나 시...

작품집에 스며들다

영화관 앞 흔들의자 나비들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날아다니다가 끝내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얀몰 영화관 앞 흔들의자는 노인들 차지다 노인들은 의자에 앉아 젊은 시절을 회고하거나 손자들 자랑으로 영화 관람을 대신했다 항상 불편한 거동과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을 흔...
시인의 말 밥벌이 때문에 칠년동안 머무는 필리핀에서 내 피부는 검어지고 체질도 많이 바뀌었다 고국에서 오십년을 지내면서 만들어진 몸의 체질은 점차 열대지방화 되었다 식사는 한국 식단으로 했으나 간식과 과일은 열대지방의 것으로 먹고 마셨다 고국과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은 너...

신간안내

문창길 약력: 1958년 전북 김제 출생. 1984년 <두레시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북국독립서신>. 현 계간 ,창작21> 주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 ┃책머릿글┃ 첫 시집 이후 1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다. 남다른 감회를 갖는다. 또한 올해로 3·1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번 시집을 선보이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적 노력을 다했다. 내 시가 있게 한 몇몇 뜨거운 사랑들이 ...
책소개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동길산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가 출간되었다. 자연 속에서 자유자재로 깨달음과 허무를 마주하는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풍경 속에서 오랫동안 삶에 대해 속삭여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에서는 ‘비어감’에 대한 시선을 드러내고 ‘애잔함’과 동시에 찾아드는 ‘평온함’까지로 나아간다. 해설을 쓴 백인덕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아의 모습에서 시인은...
책소개 “슬픔과 아픔으로 엮은 시의 집” b판시선 27번째로 최기종 시인의 ≪슬픔아 놀자≫를 펴낸다. 199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대의 아픔을 겪어내면서 모은 여섯 번째 시집이다. 기쁨이 아닌 슬픔은 그동안 극복하거나 잊어야 하는 대상으로서 회피되어 왔는데, 시인은 표제시인 [슬픔아 놀자]에서부터 도리어 슬픔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걸고 있다. “손잡고 놀자” “얼싸안고 놀자” “동무하며 놀자” “신랑각시되어 놀자”라고. [세상의 아픈 것들이] [내...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안민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게헨나>가 출간되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상상력의 파고를 보면 황홀함이 느껴지고, 언어의 숲을 뚫고 나가는 저돌적인 돌파력을 보면 아찔한 느낌”이라는 황치복 평론가의 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개념들의 어울리고, 정반대의 사건들이 충돌하며, 낯선 장소들과 사물들이 포개지는 독특한 시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공간은 파국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
권숙월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민들레 방점』은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스스로 실천하는 합일과 화해의 시정신을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산문시 형식은 그가 이 세계를 더욱 핍진하게 사유하는 양식으로 성공하였다. 시인의 눈길이 비 젖은 벚꽃잎이 그린 “비의 발자국”(「봄비 발자국」)을 지나서 “가슴 촉촉이 적셔주던 달”(「낮달」)의 빛을 받으며 은행나무가 간행한 책 속에 깃든 “빛나는 문장”(「빛나는 문장」)에 이르...

시와 거닐다

죄와 벌 강성은 좋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자꾸 나를 먼 곳에 옮겨 놓고 가버린다 나는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쌀을 씻고 두부를 썰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 ...
Ghost 강성은 그 여자는 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 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 밤의 정원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작은 새처럼 밤하늘을 떠다니는 검은 연처럼 장갑을 끼면 손가락이 생겨나고 양말을 신으면 발가락이 생겨나고 모자를 쓰면 머리가 생겨난다 책을 읽으면...

야단법석

= 전환기의 봄날 = 올봄엔~ 아주 싱그러운 그림을 그려 놓을 거야. 오는 봄엔~ 엄청 청정한 그림을 그려 놓을 거라고. 그런 그림을 그려놓고선 그 그림대로 살아 갈 거다. 올봄을 삶의 대전환기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 아~ 그 그림! 생각만 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울렁울렁 가슴이 ...
아~ 시절이 시대가 많이도 변해 벼렸구나 그 지난 옛날에는 정이 철철 넘어 흘렀고 서로서로가 도우면사서 가난을 념겼었는데... 이제는 지금은 맹탕이야 멍청맹탕이로구나! 다 망쳐 놓은 이 지구세상을 우리들이 있어야 할 우리들이 맞대야 할 이 지구터전을 어렇게 어떠하게 꾸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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